
서울 강남구 자곡동 브리즈힐 전경. 이 아파트는 지난 2012년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분양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허와 실
이미지 확대보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헌동 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앉히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김 전 본부장이 강조한 토지임대부 주택의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토지임대부는 땅은 LH나 SH 공공이 갖고 건물 소유권은 개인이 갖는 주택입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첫 도입됐고 2011년과 2012년 서울 강남권에서 시범 분양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파트를 짓는데 통상 집값의 60%가 땅값인데, 땅값이 안 드니까 시세의 절반, 많게는 3분의 1 가격에 가능한 구조입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2억정도 하는데, 적게는 4억원~6억원 정도 분양이 가능한 겁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잘 되면 서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내집마련할 기회를 제공하고 뜨거운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건설 원가에 소액 수수료만 붙여 주택을 저렴하게 분양하는 대신 수분양자에게 매달 토지임대료를 받는 '기본주택 분양형' 계획을 내놓은 상태이고, 서울시도 현재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 서초구 성뒤 마을 등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 중입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에서는 이런 토지임대부 주택 지을 땅도 많지 않습니다. 사실상 활용 가능한 시유지 모두 택지로 개발한 상태인데요. 물량을 조금 공급했다면 큰 호수에 물 한방을 부은 효과밖에 없을 겁니다.
과거 분양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소수의 분양을 받은 사람만 로또를 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2011년과 2012년 강남권에서 분양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약 2억원 안팎에 저렴하게 분양했습니다. 집값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아파트는 현재 시세가 13억원 안팎입니다. 분양받은 소수만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죠. 반면 시장 안정에는 별 기여를 못했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런 비판이 일자 정부에서는 작년말 주택법을 개정해 환매조건부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을 팔 때에는 LH에 되팔아야한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집값이 올라도 입주할 때 냈던 돈에다 정기예금 금리 정도를 붙여준다는 조건입니다. 임대부 주택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시세차익 기대는 접어야 하는 겁니다. 사실상 건물 값과 토지 임대료를 내는 일종의 임대주택을 구입하는 셈이 됐습니다.
이렇게 하면 로또 논란을 피할 수 있지만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을 갖고 있는 대다수의 예비 청약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습니다. 과거 비슷한 조건으로 시장에 나왔던 첫 토지임대부 주택(시흥 부곡)이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반대로 강남권처럼 실거주 매력이 높은 곳은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권은 주거비용(월세)가 비싼 편인데, 토지임대부 주택은 주변 임차료와 관계없이 저렴한 건축비를 토대로 분양가를 책정하고 여기에 토지임대료를 내는 구조입니다. 이 가격이 주변 임대료보다 낮다면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강남권처럼 서울의 주요 입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분양을 받은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죠. 반대로 주거비용이 낮은 지역에 이런 임대부 주택이 지어진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주택건설 비용은 고스란히 LH나 SH가 떠안아야 합니다.
아울러 당장은 새 아파트라 모두가 주목하지는 않지만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의 사용 연한이 있습니다. 최초 40년을 임대한 뒤 한차례(40년)을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토지 임대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다고 해도 50~60년 뒤 건물이 노후화하면 재건축을 하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지었던 서대문구 서소문 아파트나 용산의 중산아파트가 대표적입니다.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인에게 토지임대부 주택은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으니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표몰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 공급의 묘안이 있었다면 이미 주택 문제는 다 해결됐을 겁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