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개편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이 높은 편이라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해외의 상속세 공제 제도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현재 상속세 구조는
OECD 38개 회원 가운데 상속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 미국, 일본을 포함해 24개국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유산세 과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피상속인(돌아가신분)이 남긴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각종 공제를 뺀 금액에 세율을 곱해 상속세를 매깁니다. 배우자가 살아있다면 10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습니다. 만약 배우자가 돌아가시고 자녀만 남았다면 상속자산 5억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현재 상속세에 대한 문제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
일단 최고세율이 너무 높다는 겁니다. 우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입니다.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OECD 평균인 27%보다 높고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보다 높은 편입니다.
두 번째는 공제금액이 30년전에 정해져서 그동안 오른 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1996년말 공제 제도를 개편한 뒤 현재까지 큰 틀의 공제금액 변화는 없습니다. 자산 가격은 오르는데 공제금액은 그대로다 보니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
실제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은 점점 커졌는데요. 2010년 서울 피상속인 대비 과세대상은 2.9% 수준이었으나 2023년 15% 확대됐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의 피상속인 수 대비 과세대상자 비중은 1.4%는 6.8%로 증가고요. 예전에는 부유층만 내는 세금이었으나 이제는 중산층 세금이 되고 있긴 합니다.
세 번째는 최대주주 보유 주식 20% 할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주로 재계에서 나오는 주장인데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가업승계에 차질을 빚는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상속세 개편 방안은 공제 제도를 손보자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제 제도 어떻게 운영되나
기초공제 즉 누구나 다 세금을 2억원을 깎아줍니다. 자녀 1인당 5000만원을 공제하고, 배우자 공제는 5억~30억원입니다. 기초공제와 기타 인적공제를 합해 5억원이 안되면 무조건 5억원 깎아주는 일괄공제 제도도 있습니다.
공제 제도를 손보자는 것은 여야가 공감하고 있긴 합니다. 민주당은 일괄공제를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는 10억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각각 10억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송언석 의원)을 발의한 상황입니다. 작년 정부는 세법 개정안에서 자녀공제를 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는데 야당이 반대해 무산됐습니다.
●해외에서는 공제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나
해외에서는 공제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까요.
미국은 배우자 상속분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고요. 미국은 통합 세액공제라는 제도를 활용합니다. 자녀에 대한 상속도 거의 세금이 없습니다. 미국은 2024년 기준으로 개인당 1361만달러(한화 약 200억원)이하의 상속 증여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합니다. 부부가 자녀에게 상속할 때 약 2700만달러까지 세금 없이 상속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트럼프 1기 재임 당시 공제금액을 두 배 정도로 올렸습니다. 이런 통합 세액공제와는 별도로 증여할 때 연간 면제한도 1만8000달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매년 증여액이 이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미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증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생애 최초로 자녀에게 5만달러 증여, 연간 면제한도인 1만8천달러 제외하고 3만2000달러는 평생 크레디트(1361만 달러) 잔액에서 까는 방식입니다.
영국의 상속세 과세체계는 총 유산에서 일반공제 항목(부채, 장례비용)을 빼고 배우자 공제와 기부금 공제 등을 해서 순유산을 구합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상속재산 32만5000파운드 (약 6억원) 이하는 상속세가 없습니다. 대신 초과분은 40% 단일세율을 적용합니다.
영국도 다양한 공제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배우자와 파트너(동거인) 간 재산 이전에 대해서는 상속세 면제해 줍니다. 자녀(직계비속)에 이전되는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상속공제가 인정(최대 17만5천파운드)됩니다.
우리와 비슷한 조세체계를 가진 일본은 상속세는 유산취득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받은 사람이 상속받은 금액을 쪼개서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은 기초공제 제도가 있습니다. “3000만엔(약 2억8500만원) X 법정 상속인당 600만엔”으로 계산해서 공제를 한 뒤, 상속인의 법정 상속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배우자 세액공제, 미성년자 세액공제, 장애인 세액공제를 적용합니다.
배우자 공제의 경우 법정상속액을 전부 공제합니다.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면 1억6000만엔(약 15억2천만원)까지 공제를 해줍니다. 법정 상속분 이하로 취득하면 상속세를 안내도 되고, 법정 상속분을 초과해도 1억6천만엔까지 공제해 준다는 것이죠.
독일 역시 상속인 각자가 받은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냅니다. 각종 공제나 세율은 피상속인과의 인적관계에 따라 3개의 그룹으로 구분해서 차등 적용하는 게 특징. 1그룹은 배우자, 동성 파트너, 자녀와 의붓 자녀, 부모, 조부모 등입니다. 2그룹은 형제자매, 조카, 자녀의 배우자, 이혼한 배우자 등입니다. 기타와 법적 단체는 3그룹. 1그룹에 속하는 상속인이 취득하는 가정 용품이나 개인 소지품은 4만1000유로까지 공제가 되는데 같은 물건이라도 2~3그룹이 취득하면 1만2000유로까지 공제됩니다. 2010년 법을 개정할 때도 1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세율을 10% 높여 상속세를 강화했습니다.
인적공제 금액도 관계에 따라 다른데요. 배우자는 50만유로까지 공제가 되고요. 배우자가 연금수령 자격이 없으면 25만6천유로까지 추가공제를 해주고요. 자녀 역시 연령에 따라 5만2000유로를 추가공제해 줍니다.
자녀는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부터 각각 인적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부모 모두에게 상속 혹은 증여를 받은 경우 40만유로씩 두 번 공제받아 80만유로까지 인정이 됩니다. 배우자와 자녀에 대해서는 기본공제 외에도 추가공제가 있습니다. 남은 배우자나 자녀의 생계비 명목으로 공제를 해주는 것이죠. 독일은 배우자가 10년 이상 같이 거주한 주택을 물려받으면 상속세가 100% 공제되고요. 자녀도 200제곱미터 이하의 부동산을 물려받은 경우 100% 공제됩니다.
●우리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뭘까
OECD 많은 국가들은 배우자의 상속세를 전부 면제하고 있습니다. 1세대 1회 과세 원칙, 즉 상속세는 세대 간 이전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는 겁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혼인생활 중 재산 축적을 위해 생존 배우자가 기여했기 때문에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본다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최소한 상속재산의 50%는 생존 배우자의 기여도를 인정하여 상속세를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속세를 면제해도 엄밀히 비과세가 아니라 생존 배우자의 생활을 위해 사용하고 남은 금액을 배우자가 사망할 때 자녀에게 상속되면 상속세를 물리면 됩니다.
물가 상승을 위한 공제금액의 변동은 적용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상속세 인적공제 금액은 1997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최근 들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인적공제액을 높이지 않으면 실질적 세 부담이 늘어난 효과가 생깁니다. OECD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주요국은 각종 공제 항목의 공제금액을 인상해 상속세 실효세율을 낮추고 있습니다. 자산 가격의 상승 탓에 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조정하려는 태도이죠
●남은 쟁점은
여야가 공제금액을 높여야 한다는데는 동의하는데요. 쟁점은 최고세율입니다.
상속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어가면 세율 50%가 적용됩니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피상속인 955명인데요. 이들이 전체 상속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
국민의힘은 현재 50%인 최고세율을 40%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나라와 견줘 지나치게 높아 부담이 크다는 것이죠. 반면 민주당은 공제액을 더 늘려 1~2%만 내는 세금으로 만든다면 부의 집중과 세습을 억제한다는 상속세 기능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주주 할증에 관해서도 여당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야당은 부자감세라 하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