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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철강 관세 분쟁 ‘화해’... 포스코 악재일까?

  • 입력 2021-11-02 20:16
  • 김상훈 백브리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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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시 세웠던 관세장벽을 낮추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합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를 지키겠다며 사문화됐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끄집어냈습니다. 당시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철강에 25%라는 ‘관세 폭탄’을 맞게 됐는데요. 알루미늄도 10%의 관세를 내야 미국 시장에서 팔 수 있었습니다. EU는 여기에 맞서서 미국산 위스키나 피넛 버터 등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매겼죠. 이렇게 지난 3년간 이어졌던 무역분쟁이 드디어 화해 모드로 돌아선 것입니다.

구체적 합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25%의 관세 대신 EU는 미국 시장에 무관세로 330만톤(t)의 철강을 수출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른바 일정 물량만큼은 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쿼터제’입니다. 이미 무관세로 수출되는 전략 물품 등을 포함하면 대략 430만t의 철강이 무관세 수출품으로 바뀌게 된 겁니다. 2018년 이전 EU의 대미국 철강 수출 물량이 500만t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86%가량을 회복한 수준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수출 물량 평균치의 75%라고 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게 지난 1월인데 왜 이제야 이런 합의를 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진 않습니다. 힌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있는데요. “중국과 같은 국가의 더러운 철강(dirty steel)이 시장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란 해석, 여기에 더해 ‘더러운 철강’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중국만 겨냥했다고 하면 우리 셈법도 매우 간단해집니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중국의 철강이 우리나라를 우회해서 미국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철강 관세부과 1차 안에선 우리나라가 중국과 함께 53%의 관세를 적용하는 국가로 분류가 됐었죠. 하지만 당시 통상당국이 원산지 증명 등을 통해 중국 철강이 미국 시장에 가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나서야 쿼터제를 받아들 수 있었죠.

중국을 겨냥하는 게 다라고 하면 굳이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의 철강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이유는 없죠. 되레 EU를 시작으로 영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유화의 제스처를 보낸다면 관세장벽을 낮출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대적인 1,40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죠. 철강의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동맹국에 당근을 주고, 막대한 물량의 철강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쿼터제 물량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셈법입니다. 쿼터 물량(직전 3개년도 평균 물량의 70%)을 늘리지 않더라도 장벽을 낮추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쿼터 이연제도 같은 거죠. EU는 쿼터 물량을 다 채우지 않으면 남은 물량이 자동으로 다음 연도로 넘어가게 이번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무관세인 EU의 철강이 미국 시장에 풀려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통상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한국 철강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입니다. 유럽산 철강이 관세가 낮아져도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있지 않을 거라는 건데요. 다만 전체적으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이익률은 떨어질 수 있겠죠.

하지만 ‘더러운’에 방점이 찍혀있는 경우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실제로 통상당국이 주목하는 것도 이 부분인데요. 이번 합의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탄소 배출 기준을 준수하는 제품만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죠.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철강 분야에서 탄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 국제협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한국산 철강이 ‘더럽다’는 건데요. 지난 2018년 기준 산업 분야에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2억6,050만t입니다. 이중 철강산업에서 내뿜는 탄소가 1억120만t인데요. 전체 대비 비중이 40%에 가깝습니다. 미국이 이런 문제를 걸고넘어지면 대응할 수단이 없습니다.

김상훈 언더스탠딩 기자 ksh-3protv@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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