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산중공업이 소형 모듈 원자로(SMR)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을 만나서, 루마니아에 SMR 발전소를 짓자고 합의했다는 내용인데요. 두산중공업엔 오랜만에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MR이 도대체 뭘까요.
SMR는 말 그대로 대형 원전의 소형 버전입니다. 핵 추진 잠수함 들어보셨죠? 잠수함은 오래 잠수할수록 활용 가치가 커집니다. 작전시간이 그만큼 길어지기 때문인데요. 오래 잠수할 수 있도록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소형 원자로를 넣습니다. 이 소형 원자로를 모듈화해서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바로 SMR입니다. 크기는 기존 원전의 150분의 1가량입니다.
지금까지 원전 기술의 발전 방향은 대형화였습니다. 가장 최근 지어지는 원전의 순간 출력은 1.4GW인데요.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했던 바라카 원전, 탈원전 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신고리 5·6호기가 그렇습니다. 현재 가장 현실화에 가까이 다가선 SMR의 규모 60MW에 비하면 23배나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엔 24기의 원전이 돌아가고 있는데요. 우리가 쓰는 전기의 4분의 1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작게 줄이는 걸까요? 원전의 태생적 한계 때문인데요. 원자력 발전은 원자폭탄과 쌍둥이입니다. 그만큼 부정적 이미지, 즉 사고가 나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죠. 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큰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 짓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죠.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바로 SMR입니다. 작게 만들어서 상대적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겁니다.
SMR이 왜 더 안전할까요. 원자력 발전의 원리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은 원자로의 노심입니다. 여기에 연료봉 다발이 들어가 있는데요. 핵분열로 발전을 하게 되면 막대한 열과 에너지가 나옵니다. 이를 통해 물을 데우고, 여기서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겁니다.
핵분열인 만큼 발전이 멈춰도 그 이전까지 만들어졌던 방사성 물질이 안정된 원소로 돌아가면서 붕괴열이란 게 발생합니다. 그냥 둔다고 돌처럼 식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면 노심이 녹아내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냉각수를 넣고, 이걸 펌프로 순환해가면서 식히는 겁니다. 원자로가 녹으면 방사성 물질 유출이라는 치명적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원전이 외부의 충격으로 갑자기 멈추는 경우입니다. 노심을 식히기 위해서는 냉각수를 넣어줘야 하는데, 이 펌프에 공급되는 전기가 끊기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이렇게 발생했습니다. 원자로가 녹아내리고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왔죠.
SMR이 원자로를 소형으로 하는 이유는 냉각을 쉽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크기도, 출력도 작아졌죠. 출력이 작아지면 핵분열로 발생하는 붕괴열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통상 출력할 때 열의 6~7%가량이 붕괴열로 남습니다. SMR는 대형 원전에 비하면 출력이 23분의 1이라고 했죠. 그리고 원자로 전체를 수조에 담습니다. 붕괴열이 낮은 만큼 외부에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자연 냉각이 되도록 말입니다.
물론 아직 여기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원자력계에선 SMR이 기존 원전보다 안전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환경단체 등에선 아직 실증도 해보지 않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을 하냐는 반문합니다.
SMR이 다시 주목을 받는 건 탄소 감축 때문입니다. 현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가 열리고 있는데요. 2050년까지 각국이 탄소제로를 달성하자는 것에 합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려면 원전이 필요한 데, SMR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거죠. 원전은 발전과정에선 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SMR 발전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뉴스케일파워라는 기업이 아이다호주에 77MW급 SMR 6기를 구축하는 실증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내년 착공해서 2029년 상업 운전하는 게 목표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이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했는데요. 지난해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NRC) 설계심사를 통과할 당시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루마니아가 짓기로 한 SMR 발전소도 이 뉴스케일파워가 주도합니다.
우리나라는 SMART라는 이름의 소형 원전을 개발은 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SMR는 아닙니다. 이를 발전시킨 SMR 개발에 최근 나섰죠. 이제 막 필요 예산을 확보하겠다면 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해 놓은 단계입니다.
루마니아에선 SMR 발전소가 가능할 거라는 평가가 많은데요. 일단 루마니아는 우라늄을 자국에서 생산합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선 이보다 더 좋은 발전원이 있을 수 없죠. 이미 원전 2기를 돌리고 있고, 2기를 추가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국제적으로도 루마니아는 ‘친(親)원전’을 외치는 국가입니다. 지금 유럽은 원전을 놓고 진영이 갈려 있는데요. 프랑스나 영국,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 국가는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원전이 꼭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이 때문에 녹색 산업 분류체계(Taxanomy)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고 EU 집행위원회를 압박하고 있죠. 반면 탈원전의 대명사인 독일을 비롯한 이탈리아 등은 원전 건설에 반대하고 있죠.
다만 아직 SMR이 기존 원전을 대체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가장 앞서가는 미국에서조차 SMR 발전소가 여론의 반대에 막혀있기 때문인데요. 미국은 반핵운동이 가장 치열하기로도 유명한 나라죠. 결국 기술개발이 문제라기보다는, 일반인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두산중공업의 미래도 여기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