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상장지수펀드(ETF)의 상관계수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식형 액티브ETF를 키워보려는 취지입니다.
ETF는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상품입니다.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으면서도 펀드처럼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ETF는 지수를 따르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상관계수는 ETF가 지수를 얼마나 잘 따라가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상관계수가 1이라면 지수를 완벽히 따라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지수를 그대로 따르도록 설계한 패시브형 ETF는 상관계수가 0.9, 지수를 따라가되 일부 종목 선택 자율성을 준 액티브 ETF는 0.7를 지켜야 합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주식형 액티브ETF를 운용하며 초과수익을 내려면 많이 오를 것 같은 종목을 골라 담아야 하는데, 상관계수 0.7을 맞추려다 종목을 과감하게 선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두 종목이라도 많이 오르거나 떨어지면 상관계수를 맞출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실장은 "상관계수는 일종의 방향성 같아 한번 틀어지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고 설명을 합니다. 상관계수를 맞추지 못한 상태가 석 달 이상 가면 ETF가 상장폐지됩니다. 펀드매니저로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합니다. ETF의 종주국 미국은 이런 상관계수 규제가 아예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액티브ETF가 패시브펀드하고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미래에셋운용이 내놓은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ETF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성장주에 집중투자를 하겠다는 게 컨셉의 ETF인데 이 회사의 대표적인 패시브 ETF상품 가운데 하나인 TIGER KRX300 ETF와 포트폴리오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종목 하나만 다를 정도입니다.
자산운용업계가 상관계수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시장 상황의 변화 영향도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운용사들은 액티브ETF보다 성격이 비슷한 주식형펀드 판매를 더 선호했습니다. 주식형펀드가 보수가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도입되며 판매창구에서 펀드를 팔기 힘들어졌습니다. 이것저것 설명을 하며 펀드를 팔면 한시간이 훌쩍 넘는 경우가 생기자 판매가 위축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액티브 ETF는 펀드의 대안으로 떠오른 겁니다. 주식처럼 소비자가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직접 거래할 수 있고 운용 보수도 다른 ETF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작년 도입된 주식형ETF를 적극 밀고 있습니다. 국내 액티브주식형 ETF 지난 10월말 현재 순자산기준을 4조원을 조금 넘었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량 성장했습니다. 아직 전체 ETF 시장의 6%불과해 성장 가능성도 높은 편입니다.
전 세계 액티브 ETF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12개가량 상장됐으나, 지난해에는 두 배 수준인 238개나 상장됐습니다. 미국에서도 액티브ETF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미국의 스타 매니저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액티브 ETF히트 친데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선 영향 입니다.
하지만 상관계수 규정을 바꾸려면 아직 갈 길이 남아있습니다. 금융위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금융위는 조금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주식형 액티브 ETF가 시장에 나온 지 1년밖에 안돼 시장에서 문제 없이 안착하고 있는지 좀 지켜봐야하고, 상관계수를 낮추면 ETF는 지수를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