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1 (토)

유예냐 강행이냐... 다시 불거진 암호화폐 과세 논란

  • 입력 2021-11-15 09:48
  • 김상훈 백브리핑 기자
댓글
0
코인에 대한 과세를 놓고 다시금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이미 국회에도 유예해야 한다는 법안이 4개나 올라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내년부터 과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결국 유예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너무 급하다는 겁니다. 준비가 안 됐는데 과세부터 하면 조세저항을 불러온다는 거죠. 또 가상자산이 뭔지 아직 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도 못 한 상태에서 세금을 걷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죠. 현재 법적으로 코인은 ‘가상자산’입니다. 말은 말 그대로 없다는 뜻이죠. 현실 세계에서 코인의 정체를 좀 더 명확히 한 뒤에야 과세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코인의 ‘정체’가 과세 논란의 핵심입니다. 코인을 가상자산으로만 보냐, 아니면 금융자산으로도 인정하느냐 따라 과세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상자산이면 기타소득, 금융자산이면 양도소득으로 과세를 합니다.

정부 세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봅니다. 무형자산은 영업권이나 상표권 같은 거죠. 눈엔 안 보이지만 누가 주인인진 알 수 있고, 이를 사고팔 수 있는 자산을 말합니다. 왜 무형자산이냐. 국제회계기준이 코인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호화폐를 사고팔아 돈을 벌면 기타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번 돈에서 수수료 등의 비용과 공제액인 250만을 빼고, 남은 금액의 20%가 세금입니다. 대상은 내년부터 코인을 사고팔아 번 돈입니다. 내후년 5월 얼마 벌었는지를 신고한 뒤, 거기에 맞게 세금을 내면 됩니다. 1,000만 원을 벌었다면 750만 원의 20%인 150만 원을 내면 되는 거죠.

유예냐 강행이냐... 다시 불거진 암호화폐 과세 논란이미지 확대보기


과세를 반대하는 측은 코인이 금융자산이라는 입장입니다. 코인이나 주식이나 다른 게 뭐냐는 거죠. 금융자산의 성격에 가까운데, 새로 생긴 자산이라 현재 회계원칙의 정의를 만족 못 하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세법도 바뀐 환경을 고려해서 코인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뭐 그런 논리입니다.

주식은 2023년부터 양도소득세를 내죠. 이익과 손실을 합하는 손익 통산이나 공제 한도, 세율은 같습니다. 번 돈이 3억을 넘으면 세율이 25%로 올라가는 게 다르고요. 국내 상장주식일 땐 세액공제 한도가 250만 원이 아니라 5,000만 원입니다. 5,000만 원까지는 벌어도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건데요.

다른 건 또 있습니다. 주식은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5년까지 이월해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는 기타소득세라 이게 안 됩니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죠.

문제는 법 체계상 코인을 금융자산이라고 분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어떤 상품이 금융투자상품인지를 규정하는 법은 자본시장법입니다. 현재는 증권과 파생상품만 금융투자상품이죠. 그래서 세법도 코인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더불어민주당에 코인을 금융투자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노웅래 의원은 지난 7월 이미 비슷한 내용에 과세 유예를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죠. 국회를 통과하면 자본시장법과 세법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무형자산으로 두되 형평성만 맞추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는데요. 기타소득으로 과세를 하되 세액공제 한도 5,000만 원이나 손실 이월공제만 국내 상장주식과 같은 수준으로 맞춰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과세 당국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상장주식에 인센티브를 주는 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면 그만큼 국내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 때문인데. 코인은 그런 기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공제액은 일본이 가장 큰데 20만 엔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200만 원 정도죠. 물론 코인 업계에 있는 사람들 생각은 다릅니다.

이런 문제도 생길 수 있는데요. 아직 시행 전이지만 세액공제 5,000만 원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 주식 계좌의 수익이 5,000만 원인데, 이걸 현금으로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그다음 해에도 5,000만 원을 벌었다고 가정을 해보죠. 이걸 팔아서 1억 원을 벌었다면 5,000만 원 수익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걸 피하려고 연말에 너도나도 주식을 팔면, 주가가 박살 날 수 있다는 겁니다. 코인도 마찬가지죠. 가뜩이나 변동성이 큰데, 연말마다 큰 폭의 주가 하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거죠.

유예냐 강행이냐... 다시 불거진 암호화폐 과세 논란이미지 확대보기


다른 나라 과세 방법도 천차만별입니다. 우선 코인의 성격을 규정하는 국제기구가 FATF라는 자금세탁방지기구인데요. 목적은 나쁜 짓을 막는 거죠. 자금세탁이나 테러 자금에 쓰일 수 있는 가상자산이란 게 이런 거다. 뭐 이런 소극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각 나라가 사정에 따라 코인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금융자산으로 인정하는 대표적인 곳이 미국 뉴욕주입니다. 비트코인을 가격을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도 했죠. 투자한 지 1년 이상이 되면 금융자산으로 보고 자본소득세를 매깁니다. 영국도 금융자산으로 보고 양도세를 내게 하죠. 일본은 특이하게도 코인을 지불수단으로 인정했는데요. 잡소득으로 분류한 뒤 누진세를 내도록 합니다. 잡소득은 우리나라 기타소득세라고 보면 됩니다.

과세를 제대로 하지 못할 거란 것도 과세 반대 측 주장의 가장 큰 논거입니다. 소득세는 번 돈에서 비용과 공제액을 제하고 20% 세율을 적용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게 취득가액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겁니다. 국내에서 거래하는 경우엔 거래소가 전자지갑의 거래내용을 통해 이걸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해외에서 코인을 사고팔 때입니다. 거래 당사자가 정확히 써내지 않으면 파악이 어렵죠. 그래서 국세청이 그런 경우엔 취득가액을 0원으로 간주할 거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거죠. 취득가액이 0원이면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게 됩니다.

하지만 과세 당국의 말은 조금 다릅니다. 국세청이 취득가액을 0원으로 간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건데요. 신고납부제라 취득가액을 적어내는 주체는 납세자입니다. 대부분 문제 안 될 텐데, 국세청에서 보기에 이건 이상하다 그러면 납세자에게 이를 소명하라는 절차를 밟습니다. 소명이 안 되면 국세청이 조사해서 세금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취득가액을 정확히 몰라도 대략적인 소득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코인을 거래하는 방법은 대략 이렇습니다. 먼저 국내 거래소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죠. 그 뒤에 국내 거래소에서 수수료가 싸고 전송 속도가 빠른 리플이나 트론 코인을 삽니다. 전자지갑에 들어간 코인을 다시 바이낸스의 내 지갑 주소로 보내는 건데. 이 코인을 다시 스테이블 코인이나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으로 바꿉니다. 이 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거래하면서 돈을 버는 건데요. 이렇게 벌어들인 코인을 다시 국내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보냅니다. 이걸 다시 현금으로 바꾸면 수익이 되는 거죠.

유예냐 강행이냐... 다시 불거진 암호화폐 과세 논란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거래소 전자지갑 거래내역만 봐도 해외 거래소에서 얼마 벌었는지는 알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비트코인 1개가 해외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나갔는데 10개가 들어왔다고 가정해보죠. 9개를 벌었는데 납세자가 5개만 벌었다고 써내면 과세 당국이 이건 이상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납세자가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조사를 통해 세금을 다시 매기는 거죠.

준비가 덜 됐다는 주장의 근거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내년 3월부터 트래블룰이란 게 시행됩니다. 우리 말로는 자금이동규칙인데요. 코인을 사고팔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라는 겁니다. 지금은 코인이 익명성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보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금세탁 가능성을 없애겠다는 게 이 트래블룰입니다. 3월부터 시행되는 데 왜 1월부터 과세하냐는 거죠. 다만 이미 해외에선 과세를 하는 상황이긴 합니다.

또 트래블룰 도입으로 앞으로 개인 간 코인 거래가 많아질 거란 예상이 많습니다. 일종의 장외거래인데요. 이를 통해서 충분히 조세회피를 할 수 있다. 뭐 이런 주장입니다. 일종의 조세회피인데요. 이걸 과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데 이걸 준비하고 나서 과세해도 늦지 않다는 거죠.

기재부 반론은 이렇습니다. 비상장주식 장외거래는 예탁결제원이 있어서 과세가 그리 어렵진 않지만 코인 개인 간 거래는 그 시점에 과세가 어려울 순 있다. 하지만 이건 100년이 지나도 시스템을 갖출 수 없는 거다. 그래서 부정거래를 적발하면 국내는 40%, 해외는 60%의 가산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런 논란이 있지만 기재부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코인 과세는 2017년 한번 광풍이 분 뒤 꾸준히 준비해왔고, 지난해 세법개정안에 반영해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던 사안입니다. 홍남기 부총리도 최근 국회에서 예정대로 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여당이 국회에 입장을 같이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거죠.

다만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정부로선 방법이 없긴 합니다.

김상훈 언더스탠딩 기자 ksh-3protv@outlook.kr

< 저작권자 ⓒ 언더스탠딩,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