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가히 전성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지옥(Hellbound)이 공개되자마자 1위에 등극했는데요. 이뿐만일까요. 23일 넷플릭스 TV쇼 부문 순위를 보면 톱10에 오징어게임(Squid Game)과 갯마을 차차차(Hometown Cha Cha Cha), 연모(the King’s Affection) 등 4개가 한국 콘텐츠입니다.
잇따라 한국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넷플릭스만 돈을 버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 논란까지 겹쳤죠. 이런 와중에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구독료를 인상하면서 여론에 기름을 부었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콘텐츠 시장, 뭐가 좋아졌을까요?
우선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흥행으로 돈을 얼마나 벌었을까요? 9억 달러(1조 원)라는 추정이 많이 나옵니다. 제작비 250억 원(2,140만 달러)과 비교하면 40배에 달하죠. 사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집계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추정은 블룸버그가 출처인데, 원문은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오징어게임을 보려고 새로 구독하는 사람이 늘어서 매출이 늘었고, 그 때문에 회사 가치가 그 정도 올랐다는 겁니다.
이게 매우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의 미래를 해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오징어게임을 본 사람이 많다고 수익이 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이 때문에 구독자가 늘어야 합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흥행엔 성공했지만, 구독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돈을 못 번다는 얘기입니다.
우선 넷플릭스만 돈을 번다는 지적을 살펴볼까요. 실제로 제작사는 흥행했다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게 OTT의 특징인데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때 제작비를 100% 부담합니다. 여기에 15~20%가량의 고정마진을 얹어주는데, 제작사가 버는 돈은 그게 전부입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이 돈을 제작사에 준다는 거죠.
제작사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콘텐츠 제작은 리스크가 큽니다. 심형래 씨를 예로 들어볼까요. 2007년 영화 ‘디워’로 큰돈을 벌었죠. 하지만 결국 잇따른 실패로 2013년 파산신청을 합니다. 콘텐츠란 거 대박 아니면 쪽박이고, 쪽박이 반복되면 망한다 그런 얘깁니다. 그래서 제작사 입장에선 작품마다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는 게 훨씬 안정적입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그렇다는 거죠.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이 그렇게 컸죠. 2017년 2,800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200억 원까지 늘어나 있죠.
과거 드라마 제작이 어땠는지를 한 번 볼까요? 과거 방송 3사가 채널을 장악하고 있을 땐 이보다 열악했습니다. 제작비의 80%를 방송사가 대지만, 나머지는 제작사가 기업 간접광고(PPL)로 충당해야 했습니다. 해외판권 판매 등으로 나온 수익도 다 방송사 차지였죠. 종편이 등장하면서 사정은 더 나빠졌습니다. 제작비는 60% 수준까지 떨어졌죠. 결국 제작사가 PPL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작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넷플릭스가 구세주처럼 등장한 겁니다.
이뿐만일까요. 이미 제작비를 확보한 작품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에 판권을 파는 것만으로도 제작비의 65%가량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TvN을 캡티브 채널로 보유하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이나, JTBC스튜디오는 이미 편성이 끝난 드라마를 팔아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거죠. 앞서 언급한 갯마을 차차차나 연모가 좋은 사례입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우선 한국 드라마가 새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죠.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 정체기에 접어들었던 구독자가 지난 3분기 438만 명이나 늘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이나 지옥 같은 글로벌 흥행작뿐만이 아닙니다. OTT는 흥행작을 보려고 구독하는 사람을 계속 잡아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판권을 사 온 동시 방영작으로 이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동남아에선 한국 드라마의 파괴력이 엄청납니다. 지난 23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넷플릭스 TV쇼 부문 톱10 집계를 보면 8개가 한국 콘텐츠입니다. 동남아에선 톱10 안에 평균적으로 한국 드라마 5편은 무조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제 막 진출한 동남아에서 빠르게 구독자를 늘릴 수 있었던 게 이 때문이었던 거죠.
장점은 또 있습니다. 많이 얘기됐지만 제작비가 압도적으로 쌉니다. 드라마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나라가 그리 많진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전 문화권에 통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더 드물겠죠.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 한국 정도라고 합니다. 이중 한국의 제작비가 가장 쌉니다. 넷플릭스의 편당 제작비는 27억 원 정도.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더크라운(the Crown)의 편당 제작비는 118억 원(1,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웨이브나 티빙 같은 토종 OTT랑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일단 웨이브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 구독자가 얼마나 될까요? 넷플릭스의 지난 3분기 기준 구도자는 2억 명이 넘습니다. 자본력에서 게임이 안 된다는 거죠.
물론 토종 OTT도 제작비를 100% 지원하는 오리지널 드라마를 만들기는 합니다. 다만 자금력이 부족하니 편수도 적을뿐더러, 보수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오징어게임이나 지옥 같은 참신한 소재의 대박 흥행작에 투자하기가 쉽진 않죠.
이런 이유로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거죠. 2016년 150억 원이었던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금액은 올해 5,5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간 평균 성장률이 150% 가깝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호시절이 이어질까요. 사실 이게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넷플릭스가 많이 성장했지만 글로벌 OTT도 지금은 경쟁이 심해졌죠. 시장이 한계에 도달하면 흥행작이 나와도 구독자가 안 늘어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비즈니스가 기본적으로 폰지 모델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이 포화 시점에 오면 구독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
실제로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구독료를 올렸죠. 9월 기준 넷플릭스의 OTT 시장 점유율은 47%에 달합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도 요금을 올렸습니다. 올해 2월 일본에서도 요금을 올렸습니다. 이들 국가의 소득이 높은데다, 이미 자기들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가격을 올려도 이탈자가 안 생길 거라고 판단을 한 거죠. 실제로 넷플릭스는 국가별로 요금제를 상이하게 두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는데요. 인상 전 우리나라 구독료 수준은 인도네시아보다 높았습니다. 인상한 이후에도 유럽이나 북미 선진국에 비하면 훨씬 싼 수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구독료를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공격적인 IP 확보 행보도 바뀔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까지 콘텐츠를 사들이는데 14조 원(120억 달러)을 썼는데요. 성장이 멈추면 이걸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가 빠지면 제작 환경도 상대적으로 빡빡해지겠죠.
관건은 그 시점이 언제냐인데. 아직은 넷플릭스가 쌓아놓은 돈도 많고, 벌어들이는 돈도 꽤 됩니다. 이익잉여금이 3분기 기준 120억 달러(14조 원)고,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5억 달러가 넘습니다. 동남아 등 시장을 키울 여력이 큰 곳도 많이 있죠.
물론 반대로 OTT 경쟁이 심화하면서 되레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로 동남아 공략하는 걸 이미 봤죠. 애플TV나 아마존프라임 같은 OTT도 한국 드라마 IP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죠. 애플TV는 이미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를 공개했죠. 이미 제작하고 있는 드라마도 꽤 된다고 합니다. 아마존프라임도 디즈니플러스나 HBO맥스 같은 OTT와는 달리 확보하고 있는 IP가 많지 않습니다. 결국 '가성비' 좋은 한국 드라마에 투자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거죠.
다만 제작사와 달리 토종 OTT의 미래는 뻔합니다. 갈수록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죠. 확보할 수 있는 구독자 수도 적은데다, 이미 잘나가는 드라마는 죄다 글로벌 OTT가 큰돈을 내고 채가니 양질의 IP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