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6-05 (금)

학교가 아파트 재건축 복병이 되는 이유

  • 입력 2022-10-19 11:18
  • 장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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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의 최대 재건축 단지 가운데 하나인 잠실 5단지 재건축 사업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단지 내 신천초등학교 부지의 이전 문제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 5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지으려면 신천초 이전 불가피

잠실 5단지는 현재 3930가구에서 6815가구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는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공공 임대주택 611가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잠실역 역세권에 걸쳐있는 용지는 업무·상업·문화 기능 강화를 위해 용도지역을 상향(제3종일반주거→준주거)해 5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입니다. 이 방안대로 하려면 현 신천초 부지를 관통하는 도로가 필요하고, 또 교육영향평가를 한 결과 신천초등학교 부지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정비 사업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 잠실 5단지 조합은 신천초를 허물고 대신 초등학교 2개와 중학교를 단지에 새로 설립해서 기부채납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조합과 서울시는 초등학교를 새로 지어 부지와 건물을 교육청에 넘기고, 신천초등학교 부지는 조합이 가져오는 일종의 맞교환 방식입니다. 신천초 부지가 약 1만 4천 제곱미터, 신설 초등학교 2곳의 부지가 1만 6천 제곱미터 정도 되니까 조합이 약 1600제곱 미터(480평) 정도를 순수하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8천 제곱미터 짜리 중학교를 포함하면 총 약 1만 평(약 3300평)을 기부채납하게 됩니다.

◇비극의 시작 1991년.. 어설프게 정리된 학교 소유권

조합의 이런 계획에 국유지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신천초등학교 부지와 조합 땅을 맞교환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기재부는 왜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일까요.

학교 땅과 건물은 지방 교육청 소유인 곳이 대부분입니다. 원래는 땅과 건물 모두 국가 소유였다가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방 교육청으로 넘긴 겁니다. 지방 교육청이 소유한 땅은 대체부지와 맞교환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1959년에 지어진 신천초등학교처럼 오래된 학교들은 건물 소유권은 1991년 지방 교육청으로 넘어갔는데, 부지는 여전히 교육부 소유입니다. (당시 왜 이런 식으로 소유권을 정리했는지는 미스터리입니다. 기재부나 시 교육청 모두 기록이나 문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기획재정부는 정부 땅을 교환하려면, 바꾼 부지는 정부의 행정사무를 봐야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국유유재산법에 그렇게 명시돼 있다는 겁니다. 일반인 눈에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다 공무원이고 나랏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학교는 지방 교육청의 사무입니다. 행정사무가 아니라 지방 교육청의 사무이니 맞교환이 어렵다는 겁니다. 정부가 로펌 2곳의 자문을 구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왜 서울시와 조합을 도와야 하나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1) 기획재정부가 법을 바꿔 국유지와 대체부지를 맞교환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정 단지를 위해 법을 바꾸면 특혜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또 법을 바꾼다는 것은 현재 지방 교육청이 건물 소유권만 갖고 국가가 땅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 문제가 있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당시 그런 결정을 한 배경이나 원인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현재로서는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2) 조합이 신천초 부지를 사거나 3) 서울시나 서울시 교육청이 갖고 있는 부지와 신천초 땅을 맞교환하는 것도 가능한 옵션이라는 게 기재부의 입장입니다.

요약하면 기획재정부는 정부 소유 땅을 그냥을 넘겨줄 수 없다는 겁니다. 서울시나 조합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초등학교 부지를 옮기는데 왜 중앙정부가 도움을 줘야하는 지 수긍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조합은 신천초등학교 이전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고, 서울시는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얻게 돼 이익을 본다는 생각으로 추정됩니다.)

◇서울시의 입장은?

서울시는 신천초 부지는 지금까지 학교로 썼고, 앞으로도 학교로 쓸 수밖에 없는 땅이니 정부가 당연히 조합에 양여(넘겨줌) 해야 입장입니다. 국유재산법이나 학교용지 특례법에도 관련 규정이 있습니다. 법 규정은 무조건 넘겨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 기재부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니 깔끔하게 넘겨달라는 겁니다.

조합이 이 땅을 받고 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대체부지를 제공하니까 특혜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법을 개정해 부지 맞교환이 가능하도록 특례 규정을 한줄 넣으면 풀릴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가 신천초등학교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불거질 테니 지금이라도 문제를 풀자는 생각입니다.

◇맞교환 어려워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기재부가 양여에 동의하지 않거나 법 개정에 나서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1) 조합이 초등학교 부지를 사는 겁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비 부담이 커지죠. 신천초 부지가 약 4000평이 넘습니다. 매입 비용만 엄청나게 들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2곳, 중학교 한 곳의 부지를 기부채납도 해야 합니다. 재건축 사업성이 확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2) 이도 저도 어렵다면 현 위치에서 개축을 해야 합니다. 초등학교를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정비 계획을 다시 짜려면 시간이 지체될 가능성이 큽니다.

조합이 1)이나 2)를 선택하면 서울시도 타격을 받습니다. 서울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용적률을 올려주고 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신천초 맞교환 방식을 허용한 게 이런 식으로 하면 부지 기부채납은 최소화하고 나머지 기부채납을 공공 주택으로 받으려 했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맞교환이 안된다면, 기부채납할 부지가 확 늘어나는 결과가 됩니다. 조합이 기부채납하는 공공 주택은 줄 수 있습니다. 신천초의 현 위치 증축 역시 재건축 일정이 지연될 뿐 아니라 전체 공급 아파트 수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신천초등학교 같은 케이스는 얼마나?

적어도 서울시에서는 신천초 이전까지 비슷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재건축 단지 내 국유지 학교가 있는 경우는 그냥 증·개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활성화하면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구 구성이나 주변 환경이 달라졌지만, 학교 부지를 그대로 두고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조사에 따르면 국유지 위에 세워진 초중고가 약 172곳 정도 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몇 개가 신천초등학교 같은 단지 내 학교인지는 파악이 안됩니다. 서울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주로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학교가 땅은 국가가 건물은 시 교육청이 소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위치를 옮기려면 신천초등학교와 비슷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기재부는 전국에 이런 케이스가 몇 개인지 실태 조사 중입니다. 결과에 따라 기재부도 법 개정 검토에 착수할 수도 있습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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