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은행의 파산 이후 새로운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행렬의 마지막 모습은 어떻게 귀결이 될까요. 우리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설명을 정리했습니다.
Q:대형은행이 앞으로 더 쓰러질 수 있나요.
A: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에 찰스슈왑이라는 증권사가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7조달러 규모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자산이 2000억달러이니 비교해 보면 꽤 큰 회사입니다. 찰스슈왑의 주가가 현재 주당 50달러 정도 합니다. 작년 80달러에서 떨어진 겁니다. 이 회사도 SVB과 스토리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장기 채권 투자를 많이 했는데 뭔가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이 있습니다.
금융위기는 역사적으로 보편성을 갖습니다. 투자하기 쉬운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누군가는 부주의한 행동을 하고, 어떤 계기로 금리가 올라가면 사고가 터지는 구조입니다. 과거의 금융위기에서는 시차효과가 나타났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위기도 촉매제는 연준의 금리 인상입니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금리를 1%에서 5.25%까지 올렸습니다. 금융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문제가 금융시장에서 거론된 게 2007년 8월입니다. 금리 인상 끝나고 1년 2개월이 지난 시점입니다.
지금도 저금리에 차입을 했다가 지금 높은 금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고금리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경기가 괜찮으면 버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터지는 거죠. 연준이 금리 인상을 5월에 끝내도 고금리를 유지하면 압박을 받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고, 결국 시차를 두고 쓰러지는 사람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누가 터질 지 모르나 앞으로 1년 정도는 위기가 닥칠지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Q: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많은 교훈을 배웠잖습니까.
A:한두 개 은행이 망하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닙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금융 시스템의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리먼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정부나 중앙은행이 겁이 많아졌습니다. 관료들 머릿속에는 리먼을 살리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있는 것이죠. 이번에 SVB 같은 은행이 한두 개 파산해도 시스템이 흔들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나서 예금은 전액 안전하다며 보호망을 쳤습니다. 잘못한 사람이 벌을 받는 게 자본주의의 도덕입니다. 그런데 리먼 사태 이후 계속 예외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죠. 리먼 파산 이후 AIG 역시 원칙대로라면 파산하도록 둬야 하는데 살려준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 관료들과 중앙은행가들은 대마(큰 은행)가 넘어가는 것은 무조건 막겠다는 생각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08년 리먼급의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영란은행(BOE)가 금리를 급하게 올리는 과정에서 장기채 금리가 올라가니 연기금이 마진콜을 당할 위험에 놓였습니다. 그러자 영란은행은 2주간 미니 양적완화를 단행했습니다. 돈을 거둬들인다고 선언했다가도 경제가 위험해지니 돈을 다시 푼 겁니다. 이처럼 대형은행이 위기에 놓은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물불 가리지 않고 구하기에 나설 겁니다. 다만, 자본주의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 작은 은행이나 주주의 손해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대응할 수는 있습니다. Q:과거처럼 심각한 금융위기는 없겠네요.
A:자본주의는 경제 위기가 주기적으로 나타납니다. 위기를 겪으며 비효율적인 부분이 정리되고 경제에 다시 활력이 도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가 겪은 IMF 외환위기가 대표적입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한국 사회가 효율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이런 강력한 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나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막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냉정하게 보면 위기를 견디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경제를 효율적으로 돌려야 유지가 됩니다.
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빠지려면 그런 전면적인 신용 경색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정부가 이런 위기를 틀어막으며 부실이 이연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파산 없는 자본주의 사회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투자자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투자를 해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의 약세장 특징은 주가가 떨어지면 반토막 정도 난다는 겁니다. 그런데 파산 없는 자본주의가 이후 코로나 때 34% 밀린 정도가 가장 큽니다. 이번 사이클에서 25~30% 정도 빠졌습니다. 과거와 비교해 조정폭이 크지 않은 것은 시스템위기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대신 많이 벌지도 못했습니다. 우리 주식시장이 좋아진 게 2017년, 2020년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횡보장이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위기가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데, 주식시장도 폭락이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시장이 재미없이 움직이는 게 노멀이 될 수 있습니다.
Q:실물경제에 영향은 없습니까.
A:실물도 금융의 영향을 받습니다. 뜨뜻미지근한 경제가 됩니다. 좀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상장 제조업체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곳이 35%입니다. 3곳 가운데 한 곳이 사실상 좀비기업입니다. 심각한 금융경제 상황이 오지 않으니 망하기도 힘든 겁니다.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가톨릭과 같다는 찰리멍거의 발언이 딱 들어맞습니다. 다만 시스템 리스크의 역설은 조금 멀쩡한 사람까지 정리를 한다는 겁니다. 좀비만 정밀 수술할 수 없으니까요. Q:금리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A:연준도 금리를 많이 올리지 못할 겁니다. 채권시장에서는 연말에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가상 자산도 꽤 올랐습니다. 1998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파산하면서 주가가 25% 급락했습니다. 이후 금리를 낮추면서 급락한 주가가 회복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떨까요. 금리가 오를 것 같지는 않지만, 금리가 많이 떨어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인플레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기가 오면 금리를 내리겠지만, 선제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SVB 사태 이후 예금자보호 정책까지 나온 마당입니다. 은행이나 금융 관련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죠. 은행이나 금융주가 투자로 좋은 대상이 될 것이냐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