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해운대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상가의 지하 한 층이 123개로 쪼개졌다는 소식을 들어보셨나요. 한 법인이 대형마트 자리 335평을 35억원에 사들여 2.7평으로 쪼개 2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에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50개 정도가 거래됐다고 하니 법인은 쏠쏠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 뿐 아닙니다. 서울 강남권은 쪼개기 투자의 메카입니다. 개포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는 얼마 전까지 100여 곳이던 상가의 호실이 현재 200곳이 넘었습니다. 그만큼 많이 쪼개졌습니다.
재건축 아파트의 상가쪼개기 투자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쪼개기 투자가 과열되면 부작용도 큽니다.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아파트 소유주와 상가 소유주의 갈등을 부추겨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가쪼개기 투자는 왜 생겨난 것일까요. 또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언더스탠딩에서 자세히 뜯어봤습니다.
●재건축 아파트의 상가쪼개기 투자
재건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상가를 매입한 뒤 쪼개서 사고 파는 투자입니다. 부산의 사례처럼 주로 개인이 접근하기 힘든 대형 평수의 상가를 통으로 사서 쪼개는 게 대표적입니다. 대형 상가는 수요가 제한돼 작은 규모의 상가보다는 가격이 저평가됐기 때문입니다. 작게 나눠서 팔면 팔기도 쉽고 비싸게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마치 도매로 싸게 사서 소매로 넘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작은 상가를 사서 쪼개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권에는 서너 평으로 쪼개진 상가 매매가 많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상가를 왜 살까요. 쪼개놓은 상가는 아파트보다 가격도 싸고 나중에 아파트가 재건축되는 과정에서 입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며 분양가를 시세보다 눌러놔 입주권이 로또가 됐습니다. 강남권에서는 시세 25억짜리를 15억 16억원 분양하니까요. 아파트 상가를 사서 입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꽤 수익성 높은 투자 상품이 되는 것이죠. 상가는 종부세, 취득세, 주택 수 규제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이러다 보니 최근 들어 상가쪼개기가 활발해진 겁니다.
물론 모든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서 상가쪼개기가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도 될 놈만 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상가 투자도 큰 돈이 들어갑니다. 반면 재건축 과정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낡은 아파트 상가에서는 월세 수익을 제대로 올리기도 힘듭니다. 재건축이 어그러지거나 재건축이 된다고 해도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으면 되레 손해를 봅니다. 고위험 투자인 셈입니다. 시세 차익이 크고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알짜 지역, 즉 서울 강남 3구나 용산, 분당 같은 검증된 곳에서 활발하게 쪼개기 투자가 일어납니다. ●상가 소유자에게왜 아파트 입주권을 줄까?
상가를 재건축하면 원칙적으로는 상가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아파트 상가는 수익률이 낮습니다. 복합몰이나 온라인 쇼핑이 발달하니 장사가 잘 안됩니다. 반대로 아파트는 엄청 비싸고 가격도 많이 오릅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상가 주인들이 상가 대신 아파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들어줄 만하니 요구도 하는 겁니다. 비밀은 재건축 과정에서 있습니다.
1) 현행법상 재건축조합을 설립하려면 전체 소유주의 75% 이상, 동별로 50% 이상 동의를 해야 합니다. 아파트 상가는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보니까, 상가 소유주들의 표심이 재건축조합 설립 때 주요한 변수가 됩니다. 즉 상가의 동의가 없으면 재건축을 시작하기 힘듭니다.
2) 상가는 대지지분이 많습니다. 재건축을 하더라도 상가 수를 늘리지도 않습니다. 경쟁자만 생길 테니까요. 상가는 용적률이 남습니다. 그걸 아파트로 넘기면 아파트 공급을 더 할 수 있으니 아파트 주민들도 수익률 측면에서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상가 소유주들은 보통 재건축조합 설립 과정에서 동의와 용적률 이전의 반대급부로 입주권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아파트 주민들 입장에서도 주판알을 튕겨봐서 같이 하는 게 가급적 좋으라고 판단되면 요구를 받아줍니다. 아파트 단지 입구나 중간에 상가만 혼자 덩그러니 두고 재건축 하면 미관도 그렇고 지자체에서 웬만하면 같이 하도록 유도를 하기도 합니다.원칙적으로는 상가 주인은 상가를 받아야 하지만, 조합 정관에 아파트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를 하면 입주권을 줄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상가 소유권이 아파트 입주권으로 바뀔 수 있으니, 이걸 노리고 상가의 지분을 쪼개 들어오는 겁니다. 대신 상가 소유주 모두에게 입주권을 주는 것은 아니고, 조건이 있습니다.
보통은 상가의 종전자산 가격(감정평가액)에 비례율이란 것 곱한 값이 아파트의 최소 분양가격에 산정비율(0.1~1)을 곱한 가격보다 높으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뒀습니다. 그래서 산정비율이 중요합니다. 상가 소유주의 동의율을 높이고 싶으면 비율을 낮춰 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반대로 비율을 높이면 상가의 권리가액이 커야 입주권을 받을 수 있으니 쪼개기로 들어온 지분권자는 입주권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상가를 너무 작게 쪼개면 나중에 권리가액이 낮아서 입주권을 받지 못할 수 있잖아요. 하나의 상가가 너무 작게 쪼개지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상가쪼개기 문제는?
1) 쪼개진 지분을 보유한 지분권자는 조합 설립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해야 합니다. 일단 조합이 설립된 뒤에는 다수인 아파트 소유주들에게 끌려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감정평가를 할 때 상가의 가치를 같은 지분의 아파트보다 서 너 배 비싸게 평가해달라고 하던지, 상가 지분권자의 입주권을 최대한 많이 보장해달라던지 이런 요구들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을 빚습니다. 심하면 소송전이 난무합니다. 재건축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건축은 속도가 생명인데 손해가 커지는 것이죠. 이런 갈등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 곳이 둔촌주공입니다. 최악의 경우 재건축이 어그러지기도 합니다.
2) 현실적으로 입주권을 받는 상가 조합원이 늘어나면 일반 분양 물량이 줄어듭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일반분양으로 최대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지분 쪼개기로 들어온 상가 소유주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성이 저하되게 됩니다. ●규제는 없나
상가 쪼개기는 법상 특별한 제한이 없습니다. 재건축의 모법인 도시정비법에는 주택이나 토지의 지분 쪼개기는 규제를 합니다. 도정법 77조 주택 등 건축물을 분양받을 권리는 특정한 날(권리산정기준일)을 정해 그 이후에 토지가 여러 개로 분할하는 경우 늘어난 소유자 수만큼 분양권을 주지 않고 1개만 주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상가는 별다른 규정이 없습니다. 1) 상가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 2) 상가의 제척 규정(쪼개기가 많아지면 상가를 빼고 재건축할 수 있습니다.)이 있으니 굳이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겁니다.
법상 규제는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규제를 통해 쪼개기를 막을 수 있긴 합니다.
1) 서울 강남 3구나 용산처럼 투기과열지구 같은 곳에서는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안됩니다. 그러니까 상가 지분쪼개기는 안 되는 것이고요.
2) 조합이 설립되기 전이라도 지자체가 개발행위허가 제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쪼개기를 일시적으로 막는 것이죠. 구역 지정이 되면 이런 저런 행위 제한을 할 수 있는데요.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가 지분쪼개기가 급격히 늘어나니까 강남구에서 7곳의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대해 지분쪼개기를 막는 개발행위허가 제한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정 규제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어 지자체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쪼개기가 성행하면서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비예정인 단지들은 선제적으로 쪼개기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하면서 단지 서 너 개를 묶는 통합재건축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신도시에서도 상가쪼개기 투자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단지별로 이해관계를 조율하기도 어려운데 쪼개기로 상가 소유주들이 급증하면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국토부에서 관련 법 개정을 검토 중입니다. 구체적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남권 아파트 소유주들은 상가의 제척을 조금 더 쉽게 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 전체 소유주의 10분의 1 이하이면 상가 토지 분할 소송을 하면서 조합을 설립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쪼개기가 많을수록 지분권자가 급격히 늘어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 전체의 10분의 1을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토지 분할 소송이 끝난 뒤 조합을 설립해야 하니 시간이 많이 지체됩니다. 사업을 진행하려면 쪼개기 투자자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사업장은 아파트 주민과 상가 주민 간 갈등이 커져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습니다. 아파트 소유주의 요구는 상가 지분권자가 전체 소유주의 10분의 1 이하이거나 면적이 10분의 1 이하인 경우도 제척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상기 지분을 쪼개더라도 면적은 그대로이니 쪼개기 투자를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민간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실익이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토지분할소송의 절차가 복잡해 몇 년씩 걸리는 게 다반사이니, 아파트와 상가의 이해조정과 협의가 낫다는 겁니다. 법으로 막아놓으면 기존에 합법적으로 쪼개진 상가는 프리미엄이 생길 수도 있고, 또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빨리 쪼개는 절판 마케팅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로서도 무분별한 상가 쪼개기를 막기는 해야 하는데, 적절한 수위와 방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