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형은행발 금융위기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위기의 연결고리로 상업용 부동산, 그 중에서도 오피스(빌딩)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미국 오피스 시장이 어떻길래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걸까요. 현재 상황을 짚어보고 은행과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지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상업용부동산 상황은
상업용 부동산 크게 4개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오피스 2) 임대용 아파트(Multifamily) 3) 소매(리테일) 4) 호텔·산업(주로 물류창고나 병원) 입니다. 오피스와 멀티패밀리가 4분의 1 정도의 비중이고 리테일과 호텔 순입니다.
2021년 기준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시장가치는 11조달러(약 1경 4500조원) 정도입니다. 2021년 한 해 만 가치가 15.2% 늘었습니다. 작년에도 많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주택시장은 상대적으로 탄탄합니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은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는 끊겼습니다. 1월 기준 가격은 4.8%, 거래량은 70%가 감소했습니다. 오피스를 기준으로 작년 2월 고점 대비 30% 이상 가격이 빠졌습니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나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직면한 핵심 문제는 공실과 금리입니다. ①공실
공실 문제는 특히 오피스 분야가 심각합니다. 미국 오피스 평균 공실률 작년 말 기준 13.9%로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14.7%에 근접했습니다. 뉴욕은 15.3%로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오피스 공실은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심각한 지역입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와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대도시입니다. IT와 금융업의 중심지입니다. 여긴 공실률이 30%에 육박했습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7~8배 늘었습니다. 이러니까 건물 가치 급락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중심가에 있는 22층짜리 건물 2019년 3억달러(4000억원)였는데, 지금 6000만달러(800억원)으로 5분의 1 토막 났는데도 사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미국 오피스의 공실은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근무패턴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됐지만 여전히 재택근무 비중이 절반에 육박합니다. 직장 복귀율(23.2.8월 현재 48.6%)이 매우 낮습니다.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는 직장 복귀율이 70~100% 인 것과 비교됩니다.
미국의 주력산업인 빅테크와 금융 업체에서 대규모 해고가 진행되며 오피스 수요 자체가 많이 줄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구글 1만2000명, 마이크로소프트(MS) 1만명, 아마존 8000명이 해고됐습니다. ②급격한 금리 상승
건물은 대부분 대출을 끼고 삽니다. 워낙 거액이니까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과 달리 고정금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입니다. 2021년 말 기준 주택시장의 고정금리 비중은 75%이나 상업용 부동산은 55%에 불과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대출 만기가 3~5년 단위로 짧다는 겁니다. 대출 만기가 돌아왔을 때 대출을 연장하거나 다른 금융회사로 갈아타야 합니다. 공실이 많아 임대료 수입이 보장되지 않으면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오피스 위기를 요약하자면 공실에 따른 대출 만기 연장에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일부 부동산 펀드에서 채무불이행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피스 공실과 금융위기의 연결고리는?
오피스 공실과 금융위기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금융기관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이후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의 부채는 은행이 50%, 상업용모기자담보증권(CMBS) 14%, 정부기관보증(GSE) 17%, 기타 7% 순서입니다.
특히 중소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노출(exposure)이 높은 편입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 규모는 5조60000억달러입니다. 아까 대출 가운데 은행의 비중이 50%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가운데 중소은행이 약 70%를 차지합니다.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 시장의 3분의 1은 중소형은행이 갖고 있는 겁니다. 상업용 빌딩(오피스) 시장이 흔들리면 중소형 은행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죠.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SVB) 파산 이후 지역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작은 지역 은행이 불안하다 싶으면 예금을 빼버리는 국지적 뱅크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와 내년 약 1조1000억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돌아옵니다. 이 가운데 583개 오피스를 담보로 빌려준 게 400억달러(약 53조원)의 대출을 연장하거나 갈아타야 하는데, 이게 막히면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셈이죠.
부동산의 특성상 부실이 당장 표면화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호텔하고 리테일 쪽에 타격을 받았으나 자산 부실화는 2022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진행됐으니까요. 하지만 수면 아래서는 언제든 오피스 발 은행 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있는 겁니다. ●미국 중소형은행은 왜 오피스에 몰빵했나
금융위기 이후 주택 대출을 해줬다가 피를 본 금융기관이 상업용 대출로 눈을 돌렸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임대료라도 따박따박 나오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이후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서 들어온 자금도 많았고, 상업용 부동산이 활황을 이어가니 자연스럽게 투자가 늘었습니다.
대형은행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말고도 장사할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방의 중소형 은행(우리로 치면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의 역할)은 이런 부동산 대출 외에는 돈 벌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을 제2금융권이 도맡다시피한 것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실제 작년 상업용 부동산 신규 대출액이 8620억달러인데, 은행의 대출이 약 60%(4980억달러)를 차지합니다. 대행은행의 CRE 대출 증가율은 3%, 소형은행은 18%나 됩니다.
중소형은행은 건전성 비율만 맞추면 어떤 자산에 대출을 해주던 크게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리스크 관리부서에서 대출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제어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몰빵 대출이 이뤄진 겁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이어 최근 가장 주가가 많이 떨어진 펙웨스트 은행의 경우도 자산의 70% 이상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로 추산됩니다. ● 해결책은 있나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오피스 공실의 해결책으로 정부 차원에서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들은 주거용으로 용도변경을 장려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절차와 리모델리 투자비용, 건설 기간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SVB나 퍼스트리퍼블릭뱅크(FRB)가 파산하면서 지역 중소은행의 대출이 당분간 얼어붙어 있으니, 이들을 대신해 누가 돈을 빌려주면 가능한 얘기입니다. 패니메이(Fennie Mae) 같은 정부보증기관이 나설 수도 있으나 시장에 맡겨둘 수도 있습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CRE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지역 은행이 흔들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대형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
1)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75%, 오피스는 4.5% 불과합니다.
2) 서브프라임은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MBS, CDS 같은 파생상품의 부실이 컸습니다. 파생상품이다 보니 피해액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웠으나 지금은 기초자산인 오피스의 공실이 문제입니다. 문제가 선명하게 보인다는 겁니다.
3) SVB · FRB와 팩웨스트 모두 캘리포니아 지역은행으로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 불안한 지역은행은 팬데믹 이후 돈이 빠져나가면서 어려움을 겪는 IT와 금융이 몰린 캘리포니아 지역에 국한된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 국내 기관도 불안불안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부동산펀드의 잔액은 약 72조원입니다.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9년 53조원이었으니 3년 사이 20조원, 비율로는 40%가 급증했습니다.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의 직접 투자는 제외한 금액입니다. 전체적 펀드 투자대상을 보면 해외 오피스 비중이 63%로 가장 높고 호텔·콘도 19% 정도 됩니다. 다만, 펜데믹 이후에는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등의 투자가 많아졌습니다. 사실상 꼭지에 들어간 돈이 이렇게 많다보니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조정받으면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수조원 규모 투자 자산에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에서 뉴욕에 투자한 상업용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는 뉴스도 나옵니다.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