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신혼부부의 주거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가 둔촌주공에서 반값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어떻게 반값 임대주택을 신혼부부에게 제공할 수 있었을까요. 자세히 풀어봅니다.
● 이 많은 주택을 어디서 구했을까
서울시에서 장기전세주택이라는 제도를 운용합니다. 서울시가 보유한 임대주택을 주변 시세보다 싸게 특정 계층에 공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나 다자녀, 저소득층이 대상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장기전세주택Ⅱ는 신혼부부 맞춤형 전세 주택입니다. 첫 타자로 올해 11월 입주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에서 300세대를 무자녀 가구(49㎡·전용 15평)와 유자녀 가구는(59㎡·전용 18평)으로 나눠서 공급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많은 주택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서울시는 소유 부지를 개발하거나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용적률을 올려주는 대신 공공기여(기부채납) 형태로 임대주택을 확보합니다.
이론적으로 기부채납 형태는 공원이나 도로, 현금, 건물까지 다양하나 서울시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임대주택입니다. 운영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수요가 항상 넘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재건축이나 재개발 조합 입장에서는 임대주택은 가장 밑지는 장사입니다. 땅은 공짜로, 건물값은 표준건축비(평당 370마만원)정도만 받고 넘겨야하기 때문입니다. 정비사업을 할 때 건축비는 평당 900만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평당 400만원도 못 받고 헐값으로 넘겨줘야 하는 셈이죠. 게다가 건물로 넘겨준 부분은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듭니다.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쥐고 임대주택을 넘겨달라고 하면 버틸 재간은 없습니다.
(최근 임대주택 건축비를 불합리하게 책정한다는 민원이 급증했습니다. 정비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조합이 계산기를 빡빡하게 두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을 의식해서 정부는 임대주택 매입 기준을 좀 바꿨습니다. 종전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표준건축비를 활용했으나 앞으로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땅값을 책정하는 데 쓰는 기본형건축비의 80%를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평당 370만 원에서 540만원으로 오릅니다. 그래도 현실적인 건축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 총 1046가구를 이런 식으로 확보했습니다. 이 가운데 300가구를 신혼부부 맞춤형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나머지 746호는 저소득층이나 다자녀 가구 등에게 배정될 계획입니다.
● 예비부부도 반값 임대 아파트 신청
자녀가 없는 부부는 물론 예비 신혼부부도 입주할 수 있고, 자녀를 낳으면 거주 기간도 연장됩니다. 입주 후 혜택은 자녀 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특징입니다. 아이를 1명 낳으면 최장 거주 기간이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됩니다. 2명을 낳으면 20년 후 살던 집을 10%, 3명을 낳으면 시세보다 20%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둔촌주공의 면적별 전세보증금은 49㎡는 3억5250만원, 59㎡는 4억2375만원입니다.
7월 기준 해당 동일 면적에 대해서 49㎡는 5억~6억대, 59㎡는 7~8억대로 형성되어 있어 시세 대비 50% 싸게 입주하는 셈입니다. 임대료는 임대료 조정위원회가 분양공고를 앞두고 주변 시세를 고려해 결정합니다. 둔촌주공 주위에 아파트 전세가를 조사했더니 49㎡ 기준으로 4억6천만원이어서 이를 기준시세로 놓고 75%를 적용한 게 3억5250만원입니다. 그런데 둔촌주공 임대료를 정한 이후 전셋값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시세 대비 가격이 더 저렴해진 겁니다.
●지원 자격은
지원자격은 예비부부거나 결혼한 지 7년 이내인 신혼부부입니다. 당연히 서울시에 살아야 하고 무주택이어야 합니다. (예비) 부부 모두 공고일 기준 5년 이내 주택을 소유하면 안 됩니다. 분양권도 안됩니다. 소득과 보유재산 같은 요건도 보는데, 기존보다는 조금 여유롭게 제한선을 설정했습니다.
특히 소득기준이 대폭 완화. 전용 면적 60㎡ 이하의 공공임대주택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이하이며 맞벌이는 180%까지 가능합니다. 60㎡ 초과는 가구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맞벌이 200%)까지 허용됩니다. 월평균 소득 120%은 2인 가구는 649만원, 180%는 974만원까지이니까요. 월 소득이 1천만원인 맞벌이도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죠. 일부 물량(30%)는 소득이 적은 부부에게 우선권을 주긴 합니다.
‘공공주택 특별법’에서는 자녀가 없으면 소형만 신청할 수 있지만 장기전세Ⅱ는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도 49㎡ 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총자산 기준도 신설했는데요. 금융자산 등을 고려한 총자산 6억5500만원 이하 가구라면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동산·자동차 가액만 고려하면 고액 자산 보유자 입주를 막기 어렵다는 맹점을 보완한 겁니다.
서울시 연속 거주 기간, 청약저축 가입 기간 등을 반영, 높은 점수순으로 선정하되 동점자는 추첨하게 됩니다. 서울시에서 오래 거주한 게 유리한데요. 부부 중 신청사만 서울에 주소지를 두면 됩니다. 거주 기간은 합산도 가능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서울시에서 결혼하는 부부가 3만 6천 쌍 정도 되는데요. 서울시는 올해 말 올림픽파크 포레온 300호 공급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2396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예비부부의 경우 당첨이 되면 혼인 신고서를 내야 입주할 수 있습니다.
● 인천에서는 1천원 주택도 등장
서울시는 장기 전세와 별도로 신혼부부 안심주택도 2026년까지 2천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안심주택은 역세권 350m 이내나, 간선도로변 50미터 이내에 건립하고, 시세의 최대 50~85% 가격에 빌트인 가전과 맞춤형 육아시설도 갖춘 임대주택입니다.
신혼부부 안심주택은 결혼 7년 이내인 신혼부부와 결혼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며 70% 임대(민간‧공공), 3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고 출산 시 우선 양도권과 매수청구권을 주게 됩니다. 신혼부부 맞춤형 주거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인데요. 신혼부부 특성과 세대원 구성 변화를 반영해 알파룸‧자녀방 등 다양한 구조‧형태를 갖추고, 생활 편의를 위한 냉장고‧세탁기‧인덕션‧에어컨 등 고급형 빌트인 가전도 설치해 줍니다.
‘신혼부부 안심주택’은 70%는 임대(민간‧공공), 나머지 3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됩니다. 공공 임대 방식은 자녀 두 명을 낳을 경우 20년 거주 후 살던 집을 시세보다 10%, 세 자녀를 낳으면 20% 싸게 살 수 있는 우선 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민간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70~85%,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50% 수준으로 공급합니다.
인천시에서는 신혼부부에 '천원주택'도 공급합니다. 매입 임대주택이나 전세 임대주택을 활용해 신혼부부에게 1천호 규모의 '천원주택'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하루 임대료는 1천원이니까, 월 3만원 수준으로 민간주택 평균 월 임대료 76만원의 4% 수준에 불과합니다.
천원주택은 예비 신혼부부 또는 결혼한 지 7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최초 2년, 최대 6년까지 지원하는데요. 주택 면적은 무자녀 65㎡ 이하, 1자녀 75㎡ 이하, 2자녀 이상 85㎡ 이하로 제공이 됩니다.
인천시에서는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어 초기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대료로 월28만원을 대신 부담하는 것이니 연간 35억원 정도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나 인천시 뜻은 이해할만합니다. 파격적인 지원을 해서라도 결혼율을 높이고 어떻게든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소수의 로또를 거머쥔 신혼부부만 혜택을 누리는 정책보다 수혜층을 넓히고 혜택의 양을 줄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