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1 (토)

국민은행式 전세대출 규제, 은행권으로 확산하나

  • 입력 2021-10-08 16:34
  • 장순원 백브리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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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갱신계약할 때 증액만큼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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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계 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KB국민은행이 내놓은 전세대출 축소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 국민은행 전세 갱신할 때는 보증금 오른만큼 전세대출

전세계약는 크게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이 있습니다. 신규는 새로 전세계약을 맺는 것이고, 갱신은 살던 집의 전세계약이 만기가 됐을 때 보증금을 조정해 계약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전세계약서를 들고 은행에 가면 보증금의 최대 80%(최대한도 5억원) 범위 내에서 큰 어려움 없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끼고 있어 돈 떼일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은행으로서는 전세대출을 많이 취급하면 할수록 손쉽게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현재 전세보증금 4억원짜리 집을 계약했다면 은행에서 최대 3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이 집의 보증금이 6억원으로 오르면 최대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죠.


국민은행에서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라면 갱신 계약을 하건 새로 전세 계약을 맺건 큰 영향은 없습니다. 반면 은행 대출이 없이 전세보증금을 냈거나 일부만 대출을 받았던 분들이 갱신계약을 할 때는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가령 4억원짜리 전세를 들어가면서 전액을 본인이 부담했다면 6억원으로 보증금이 오른 경우 보증금 증액금액인 2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종전에는 4억8000만원까지 가능했으나 2억8000만원가량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드는 겁니다.

전세 갱신계약을 할 때 전세대출을 받아 생활자금으로 쓰려했거나 혹은 전세대출을 확보해 일단 집을 사둔 뒤 나중에 입주하려 계획했던 세입자라면 자금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제도가 도입되면서 갱신계약이 꽤 늘었는데 이런 분들 가운데 전세대출을 전혀 쓰지 않았던 분들이 영향권에 드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의 의도된 칭찬… 다른 은행으로 확산하나

금융당국 관계자가 국민은행의 새로운 전세대출 방식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은행도 국민은행을 따라 전세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죠. 국민은행과 비슷하게 대출 규모가 급증했던 하나은행은 벌써 국민은행 방식을 따르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국민은행 방식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은 여전히 전세대출 부문에서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대출 수요가 이런 은행으로 쏠릴 수 있습니다. 이른바 풍선효과죠. 벌써 신한이나 우리은행의 대출 창구에는 이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어 대출을 받으려 은행 갈아타기를 하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전세대출 금리의 움직임을 금융채 6개월물은 지난 4월 0.796%였는데 7일 기준 1.155%로 0.35%포인트가량 오른 상태입니다.

또 언제든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될 수 있어 소비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혹시 모르니 일단 대출을 받아두자고 하는 분들도 늘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감이 일종의 대출 대출수요를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죠.

◇전세대출 왜 규제하나

전세대출은 대표적 서민 실수요 대출입니다. 살지도 않는 전셋집을 계약하고 대출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죠. 가계대출 규제에 목숨을 건 금융당국도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던 영역입니다. 그런데 가계대출이 1800조원을 넘어서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대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 집값을 자극한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습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악화하고 있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거죠.

가계대출 구조를 뜯어봐도 전세대출을 잡지 않고서 관리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올 들어 5대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약 7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작년 말보다 약 30조원 정도 늘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전세대출입니다.

5대은행의 전세대출은 작년말 총 105조원 규모였는데 벌써 120조원을 넘어선 상탭니다. 전세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빗겨있습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통제가 안 되는 대출인 것입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전셋값이 많이 뛰면서 전세대출이 많이 늘기도 했지만, 기존에 전세대출을 안 받던 사람들도 새로 전세 계약할 때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용도로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습니다. 전세보증금 낼 돈이 있으면서, 새로 대출받아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것이죠.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전세대출도 DSR 비율을 산정할 때 포함할 수 있다는 얘기도 좀 나오고,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낮추거나 금리를 높여 수요를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됩니다.

한편에서는 전 은행권에 국민은행 방식의 전세대출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 변수가 하나 생겼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가계부채 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긴 한데,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정책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말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전세대출을 콕 찍어 얘기해,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규제 수위를 놓고 고민이 커질 것 같습니다. 금융위는 대통령의 주문대로 규제는 하되 실수요자의 피해가 없도록 묘안을 짜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수요, 가수요 혹은 투기 수요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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