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아파트 동간 거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아파트의 동 사이는 한 아파트 높이의 절반만큼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50미터 짜리 아파트가 두 동 있다면 둘 사이는 25미터 정도 떨어트려 놔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망이나 일조, 사생활보호 등을 고려해섭니다. 몇 가지 예외가 있긴 합니다. 북쪽에 높은 건물이 있고 남쪽에 낮은 건물이 있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아무래도 남쪽에 낮은 건물이 배치되면 일조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동간 규제를 푸는 것은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현재 낮은 건물이 전면에 있는 경우 높은 건물의 0.4배 혹은 낮은 건물의 0.5배 가운데 긴 쪽 만큼 동 간 거리를 띄워야 합니다. 앞으로는 낮은 건물의 0.5배만큼 거리를 이격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북쪽에 80미터짜리 한동과 남쪽에 30미터 한 동이 있다면 지금은 동간 거리를 약 32미터 정도 띄워야 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15미터만 떨어트리면 됩니다. 동간 이격거리가 절반으로 줄게 되는 겁니다. 앞쪽이 낮은 건물이 배치돼 있으면 북쪽 건물의 일조권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다양한 스카이라인의 아파트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입니다.
다만, 사생활 보호와 화재 확산을 막으려 최소 이격 거리는 10미터 넘도록 했습니다.
이게 당장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국토부의 시행령은 최소 범위만 정해둔 것이고 지자체별로 조례를 개정해서 구체적 이격 거리를 정해야합니다.
가장 반기는 것은 건축업계입니다 동간 배치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공간 배치를 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익성에도 도움이 됩니다. 동간 이격거리를 고려하다 용적률과 건폐율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완화되면 같은 면적의 땅에 아파트를 조금이나마 더 공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경변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라면 한강 조망권을 최대화하는 설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려도 큽니다. 다닥다닥 붙은 닭장 아파트만 양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정부는 도심 아파트 공급 물량을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2·4 대책에서도 도심 역세권이나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를 고밀도 개발해서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용적률이나 건폐율 규제를 풀 가능성이 한층 커진 셈입니다. 여기에 아파트 이격거리 규제까지 맞물리면 홍콩에서 보던 닭장 아파트가 공급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민간 아파트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니 동간 거리나 사생활 보호에 신경을 쓰겠지만, 공공 임대주택은 공급량을 늘리려 주거환경이 떨어지는 아파트를 쏟아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