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1 (토)

정부의 무제한 빌라매입작전 성공할까

  • 입력 2024-09-03 14:28
  • 장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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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토지주택공사(LH)가 빌라나 오피스텔, 도시형주택을 포함한 비아파트를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신축빌라나 오피스텔 등을 무제한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비아파트는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을까요. 그리고 정부의 무제한 빌라 매입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 신축 매입임대주택이 뭐야

공공임대주택의 한 종류인데요. LH나 서울도시공사(SH) 등이 다세대, 다가구를 포함한 주택을 사들여 길게는 20년 간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을 매입임대주택이라고 합니다. 도시에 사는 저소득층이 현재 사는데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2004년에 처음 도입이 됐을땐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연립, 다세대주택, 아파트, 오피스텔로 확대됐습니다.이후 호텔같은 숙박시설을 리모델링해서 공급하는 유형까지 추가됐습니다. 입주대상도 2016년 이후 주거취약계층 지원에서 청년이나 신혼부부까지 확대됐습니다.

매입입임대주택은 크게 보면 기축매입과 신축매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축은 기존주택 매입형을 말합니다. 지어진 지 10년 이내 단독, 다세대, 연립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사업인데요. 누수나 결로, 바닥이나 창호상태같은 설계나 품질문제 단점입니다. 그래서 2019년부터 민간에서 건축하는 주택에 대해 사전 매입약정을 체결하고 준공 후 LH 등이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매입약정방식이 도입됐습니다. 요즘에는 매입약정을 해서 신축을 매입하는 비중이 커졌습니다. LH 입장에서는 양호한 입지와 품질의 신축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도심에는 더이상 직접 건설해서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부지가 많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습니다.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위해서 신축 매입임대 주택을 활용하는 것이지요.

●정부가 2년 동안 11만+α(알파)가구를 사들인다며…

정부는 내년까지 11만 만호 이상의 신축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 물량이 짐작이 안될텐데요. 전국에 비아파트는 한 해 평균 7~8만호 공급됐는데, 최근 2~3년 사이 공급이 확 줄었습니다. 올 상반기 비아파트 인허가 1만8천호입니다. 장기 평균의 26%밖에 안됩니다. 전세사기사건을 빌미로 비아파트 수요가 사라지면서 시장이 확 죽은 상황입니다. 정부가 신축임대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면서도 활력을 잃은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려는 의도가 깔린 겁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지난 6월 말 기준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은 기축 주택 155가구, 신축 약정 주택 1426가구 등 모두 1581가구에 불과합니다. 신축임대 기준으로 올해 매입 목표인 5만7천호와 비교하면 거의 2~3% 밖에 안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작년도 마찬가집니다. 정부의 목표의 20%에 불과한 주택만 확보했습니다.

왜 목표와 현실의 차이가 컸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축매입임대시장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신축임대주택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LH가 제시하는 매입약정금액이 얼마인지를 보고 사업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매입약정 금액이 사업비 보다 덜 나오면 못하는 것이죠. 반면 수익률이 낮더라도 조금이라도 버는 게 있으면 하는 약정을 맺는 구조입니다. 수익률은 낮아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선호하는 사업자가 많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최근 2년동안 주택 가격이 하락했습니다는 점입니다. 신축매입주택의 가격은 거래사례비교법으로 평가합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와중에 LH가 제시하는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값은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건축비는 1.5배, 금융비용은 2배나 올랐습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싼 땅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사업을 하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게다가 LH는 작년 매입임대 주택에 상한가를 걸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원룸은 3억원 이상이면 안산다는 제도를 도입한 겁니다. 전체적으로 수익률도 떨어졌는데 이런 제한까지 거니까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죠. 그 결과가 저조한 매입약정 실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수유칸타빌 사건도 한몫했습니다. LH는 당시 전용 12~24제곱미터짜리를 분양가에서 12% 할인매입했습니다. 그런데 시행사가 잘 안팔리는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15% 할인분양을 하면서 LH가 아파트를 비싸게 매입한 것 아니냐고 국회에서 두들겨 맞은 사건이죠. 신축매입도 조금이라도 비싸다 싶으면 매입을 주저했습니다.

올해는 분위기가 좀 많이 바뀌었습니다.

1) 정부나 LH 등도 이런 제한을 걸면 사업이 진행안된다는 것을 인식하자 올해 공사비 상한제를 폐지했습니다.

2) 공사비 연동제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기존에는 LH에서 고용한 감정평가사들이 착공하기 전 도면을 보고 거래사례비교법으로 가격을 매겼습니다. 주변 시세랑 비교한 것입니다. 빌라가격이 떨어지면 사업자들은 적정가를 받기 힘든 구조입니다.

올해 도입하기로 한 공사비 연동형은 토지는 감정가를 유지하고, 공사비에 대해서는 도면내역서에 해당하는 만큼은 공사비를 인정해주겠다는 겁니다. 또 금융비를 비롯한 간접비도 일부 인정해주기로 한 겁니다.

●LH의 노림수는

정부나 LH가 왜 태도를 바꿨을까요. 올해는 부동산 경기를 빨리 부양해야겠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PF부실이나 전세사기 탓에 서울의 비아파트 시장은 붕괴직전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장을 살리려면 아파트 공급으로는 어렵습니다. 계획부터 입주가까지 길게는 10여년이나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유용한 카다는 도심의 비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 겁니다. 특히 신축매입임대는 규모가 작고 사업자가 땅을 사서 납품하는 구조인데, 빠르면 약정을 맺은 이듬해 준공된 건물이 공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경기 부양 효과가 즉각적이니 이쪽으로 예산을 쓰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할 겁니다. 실제 공공임대 주택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존 방식을 고집하면 비아파트 공급이 어렵다는 것을 작년 경험했습니다. 한번 올라간 건설비는 내려가지 않고 금리는 여전히 비싸고 땅값은 떨어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토지는 감평가를 인정해주고 공사비는 사업자가 투입한 돈에 적정이윤 정도는 보장해줘야 사업이 돌아갈 것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 비싸게 많이 사거나, 깐깐하게 목표를 체우지 못하거나

정부와 LH가 올들어 신축매입임대 기준을 바꾸고 8·8 대책 이후 서울에서는 무제한 매입에 나서겠다고 강조하면서 신축매입약정 신청도 많이 늘었습니다.

8월말 현재 10만호가 넘는 신청이 접수됐는데요. 평소의 4배 정도 규모입니다. 지금 검증 진행 중인 게 6만 5056가구이고요. 이 중 서류 통과가 된 것이 3만 2294건, 심의까지 통과해서 약정체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2만3903가구나 됩니다.

물론 LH가 주택사업자에게 호구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습니다. 빨리 많이 사려면 가격을 그만큼 높이 책정해야 하니까요. LH도 제일 걱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거래사례 비교를 해서 추정한 주택가격과 원가법에 의해 산출된 원가추정금액을 비교해서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식으로 절차를 강화했고, 아울러 제3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격심의위원회'에서 적정성을 이중 검토할 계획. 여러 단계에서 가격의 적정성을 검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적정한 가격이란 게 없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고집하느라 목표를 체우지 못했다거나, 목표를 위해 혈세를 낭비했다 둘 중 한 가지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겁니다.

LH의 부채비율도 많이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가구당 평균 매입가 2억5000만원 중 기획재정부가 대 준 지원금은 1억6000만원에 불과합니다. 매입임대를 늘리면 늘릴수록 LH 빚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LH는 지난해 기준 65%인 실매입단가 대비 정부지원단가 비율을 2028년까지 95%로 올릴 계획입니다. LH 부채 비율 목표도 2027년까지 208%인 것을 2028년까지 233%로 변경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입니다.

※어떤 경우 LH서류 심사에서 탈락하나

LH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입지여건이 맞지 않거나 서류가 미비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는데요. 사실은 LH 탓도 큽니다. 신축매입임대주택도 일반, 청년, 신혼, 고령자, 다자녀 매입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LH는 매년 수요조사를 합니다. 접수된 지역의 임대주택의 양, 그들의 공실률, 향후 1년 이내 그 지역에 공급될 물량을 보고 심의위원회가 종합적으로 올해는 이런 유형의 매입임대주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이 정보는 사업자에게 제공이 안된다고 합니다. 어떤 유형이 부족한지를 알아야 사업자들도 대비를 하고, LH입장에서도 경쟁을 붙일 수가 있는데요. 현실에서는 사업자들이 사전 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해달라고 해도 LH는 내부 사정상 힘들다는 얘기만 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숨깁니다. 그러다보니 사업자들은 깜깜이 지원을 하는 것이죠.

또 하나 사유는 도면 미비입니다. LH의 신축임대 설계 가이드는 굉장히 빡빡한 편입니다. 경험이 없는 설계사무소에 맡기면 이 기준을 다 지킨 도면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세한 사업자들이 많아, 설계비가 싼 곳에 맡기는데 이런 곳에서 LH 시공기준을 지키면서 설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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