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1 (토)

집값은 왜 소비자물가에 포함이 안될까

  • 입력 2021-11-18 10:27
  • 김상훈 백브리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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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 하면 나오는 뉴스가 하나 있습니다. 집값이나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집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데, 물가는 너무 낮다는 내용인데요. 이런 뉴스를 보고 열받는 분들이 참 많으셨죠. 왜 체감하는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솟는데 물가는 낮을까요?

전세나 월세는 이미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라고 지적되는 부분이 세 가지 정도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 소비자물가의 조사대상이 이미 계약서를 쓴 전·월셋집이라는 겁니다. 740가구가 모여 사는 A 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죠. 전용면적 85㎡ 330가구 중에서 현재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은 2개에 불과합니다. 이 중 하나가 6억5,000만원 정도인데, 이걸 지금 시세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매물은 조사대상이 아닙니다. 이미 계약이 돼서 세입자가 살고 있는 전·월셋집이 조사대상이라는 거죠. 그래서 현재 시점의 가격 상승을 반영하긴 어렵습니다.

왜 계약된 전세를 조사할까요? 소비자물가 통계 특성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물건값이 가계 생계비에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를 파악하는 통계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미 전·월세로 살고 있는 가구의 생계비가 그 가격 상승으로 얼마나 올랐는지를 측정한다는 거죠. 이렇다 보니 현재 우리가 체감하는 가격이랑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두 번째 문제는 표본이 작다는 겁니다. 집세의 조사 범위는 아파트와 일반주택 1만1,000가구입니다. 우리나라 지난해 전체주택이 1,800만 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비중이 0.06% 정도입니다. 표본이 너무 적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인데요.

하지만 표본조사라는 게 원래 그렇기도 합니다. 전체를 조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비용도 많이 듭니다. 또 다른 나라도 우리와 비슷한 방법으로 집세를 측정하죠. 미국은 인구가 3억3,000만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의 6배 정도죠. 여기도 표본으로 추리는 주택 수는 5만 개에 불과합니다.

세 번째 문제도 있습니다. 우선 소비자물가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알아야 하는데요. 품목마다 가중치를 두고, 여기에 맞춰서 상승분을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한 품목의 물가가 많이 올라도 가중치, 그러니까 비중이 작으면 그만큼 물가에 끼치는 영향은 적다는 얘깁니다.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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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냐. 전세 4.89%, 월세 4.48%로, 더하면 9.37% 정도인데요. 전체 지출에서 집세로 쓰는 돈이 10%가 안 됩니다. 너무 작죠? 우리가 체감하는 전셋값은 그보다 훨씬 클 텐데, 고작 10%도 안 된다니. 작다고 할 수 있지만, 또 단일품목으로는 압도적으로 1등이기도 합니다. 집세 다음이 휴대전화 요금 3.61%이고, 3위가 2.34%인 휘발유입니다.

비중이 너무 작아서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습니다. 품목별 가중치는 가계동향조사에서 나오는 수치를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가계동향 조사는 전체 가계의 소득이 얼마고 지출이 얼마인지를 분기별로 설문 조사해 발표하는 통계죠. 여기에 임차료로 얼마를 지출했는지, 비중은 얼마인지가 나오는데요. 통계청이 마음대로 가중치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환경 변화를 반영해 3년마다 개편은 하는데, 크게 바뀌진 않죠.

전·월세 물가가 우리 체감과는 동떨어져 있다면, 집값은 아예 반영이 안 됩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껏 통계청이 집값을 소비자물가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집은 투자대상이다. 전문용어로 자본재라고 하는데요.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에 가격을 측정하는 모든 품목은 소비재입니다. 그래서 집값의 등락은 가계의 생계비 측정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뭐 이런 입장입니다. 땅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지만, 이걸 물가에 반영하진 않죠? 이와 비슷합니다.

대신 ‘자가 주거비’를 측정해서 보조지표로는 발표합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요. 자가 주거비는 엄밀하게 얘기하면 집값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집에 살면서 쓰는 비용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그 집을 임대로 돌린다고 했을 때의 임대료, 일종의 기회비용이죠. 아니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비용 같은 걸로 계산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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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어떨까요? 나라마다 다릅니다. 이 주거비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인데요. 실제로 제한적이긴 하지만 집값을 반영하는 나라도 있긴 합니다.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핀란드인데요. EU도 이 방법을 통해 시험적으로 자가 주거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새로 지어진 집의 가격을 통해 자가 주거비를 계산합니다. 기존 주택은 뺍니다. 땅값도 제외되죠. 손바뀜이 없는 주택이 소비재로서의 가격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일 텐데요.

다만 개념적으로 봤을 때 생계비 변화를 정확하게 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이 쓰이진 않습니다.

대부분 나라는 임대료로 주거비를 계산합니다. 임대료 상당액 접근법이라는 건데.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입니다. 표본이 되는 집들을 추린 뒤에, 인근의 비슷한 집의 임차료를 주거비로 간주합니다. 이게 오르거나 내리면 물가에 그만큼 반영하는 구조죠. 일본이나 독일, 스위스 등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왜 가장 많이 쓰느냐?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세는 집값과 달리 외부충격에 훨씬 더 안정적입니다. 집값은 여러 이유로 올랐다 내렸다 하죠. 자본재의 성격이 있어서 그런 건데요. 이 때문에 정확히 주거비를 계산하려면 집세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물론 이미 계약서를 쓴 집은 시차 효과가 있다는 지적은 역시 있습니다.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똑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보조지표를 이렇게 만들긴 합니다. 왜 본 지표에 넣느냐 마느냐의 문제죠. 하지만 이것도 기술적으로 봤을 때 두 가지 정도의 장애물이 있습니다. 우선 전세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죠. 이 전셋값은 월세와 달리 집값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자본재가 아니지만, 그 성격이 가격에 반영된다는 얘기인데요. 통계청이나 걱정하는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생계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더욱이 전세 계약은 2년 단위, 사실상 이제는 4년 단위로 바뀌는데요. 이 때문에 특정 시점에선 시장가격과 계약된 물건의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죠. 전셋값이 오르면 주거비가 오르는 거냐. 예를 들어 전셋값이 올랐는데 금리가 떨어지면 주거비가 더 늘어날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죠. 지난 10년 새 전세난에 정부가 보증해주는 전세자금 대출이 엄청나게 늘었는데요. 정부보증이다 보니 금리가 많이 낮죠. ‘생돈’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선 주거비가 늘었을 수 있지만, 이걸 정부보증 대출로 바꾼 사람은 되레 주거비가 줄었을 수도 있는 거죠.

대출 이자 등을 활용한 사용자비용 접근법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이 방법은 한계가 있어 역시 많은 나라가 쓰진 않습니다. 캐나다, 스웨덴. 영국이 보조지표를 만드는 정도입니다. 집을 살 때 빌린 돈의 이자와 자기자본의 기회비용, 감가상각비, 세금 등을 더한 금액에서 집값이 오르거나 내릴 때의 자본차익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자본차익은 아예 없는 걸로 놓고 계산하기도 합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소비자물가에서 아예 자가 주거비를 제외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냐에 따라서 주거비가 차이가 꽤 납니다.

EU는 이미 2026년부터 소비자물가에 주거비를 반영하기로 했는데요. 우리나라 통계청도 고민은 많이 하고 있긴 합니다. 다만 언제 도입할지는 미지수인데요. 아마도 도입하게 되면 지금 보조지표에 사용하고 있는 임대료 접근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전세가 집값에 따라 움직이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주거비를 반영하면 물가가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달 12일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최근 미국이 13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도 주거비를 넣으면 물가가 지금보다 높을 거라는 얘깁니다. 한은이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기준금리를 소비자물가를 보고 결정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주거비가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가 19.59%로 꽤 높은 수준입니다. 주거비가 물가에 반영되면 그만큼 상승압력이 높을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과거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3.2%가 올랐죠. 한데 주거비를 포함한 보조지표는 2.9%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자가 주거비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1.8% 상승했을 뿐이죠. 과거를 보면 주거비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크게 달리 움직이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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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런 비판은 나옵니다. 기술적 문제 등으로 주거비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더 정확히 주거비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건데요. 주거비는 가계 전체 지출의 5분의 1이나 됩니다. 이걸 넣지 않으면 체감 물가와는 괴리될 수밖에 없죠. 기준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통계 측정을 정확하게 하고 난 다음 라운드에 고민할 얘기라는 얘기를 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김상훈 언더스탠딩 기자 ksh-3protv@outl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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