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6-05 (금)

②유럽, 러시아와 ‘헤어질 결심’... 美 셰일기업도 ‘몰빵’

  • 입력 2022-07-12 10:46
  • 김상훈 백브리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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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정확히는 45%. 유럽이 지난해 수입했던 전체 천연가스에서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규모입니다. 와우. 과연 유럽이 이걸 잘라낼 수 있을까요?

◆저장 설비도 없는데... '임시방편'으로 일단 LNG 수입

심지어 이런 기술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받는 천연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오는 PNG죠. 그게 아니면 액화해서 쓰는 LNG를 수입해야 합니다. LNG는 수입하려면 돈이 엄청 많이 듭니다. 수출하는 나라에서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섭씨 –162도까지 낮춰서 액화하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연간 1,800만 톤을 수출하는 탱크를 만드는 데 100억 달러(한화 13조 원), 그리고 5~6년이라는 시간을 써야 합니다.

이런 시설이 갖춰져 있는 나라가 있다고 바로 들여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액화 상태를 유지하는 운반선이 있어야 하고요. 이걸 수입하는 나라에선 이걸 저장했다가 기체로 바꾸는 육상시설이 또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가 다 갖춰져야 LNG를 수입할 수 있는데요.

보통 LNG는 20년 장기계약을 합니다. 그래서 수출 터미널과 수입 터미널, 그리고 LNG 운반선이 동시에 마련돼 있어야 합니다. 이 시설을 갖추는 데 적어도 20조 원, 그리고 짧아야 5~6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지금 유럽에 이런 시설이 있냐? 아닙니다. 없죠. 그래서 그러면 LNG 수입을 못 하고 있냐? 그건 또 아닙니다. FSRU라는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가 있습니다. 한 대 만드는 데 3억 달러 정도 합니다. 지금은 이걸 통해서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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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1분기 전 세계 LNG 수출 물량은 1억100만 톤입니다. 전년 9,600만 톤보다 500만 톤이 늘었습니다. 이 증가분 중 440만 톤이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증가분 중 130만 톤이 유럽으로 갔고요.

시설은 없지만, FSRU를 통해 닥치는 대로 들여오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앞으로 18대의 FSRU를 추가로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전 세계에 FSRU가 46대 정도가 있습니다. 이 중에 18대를 유럽이 쓰겠다는 겁니다. 이미 장기계약을 맺은 물량이라, 이건 없던 일이라고 되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이게 지금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천연가스 물량의 30~40%를 커버하고 남는 정도의 규모입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 물량을 줄이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더 늘겠죠?

◆美, 셰일기업도 막대한 설비투자... 남아돌던 천연가스 팔 곳 생겼다

그래서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미국 셰일기업도 설비투자를 어마어마하게 하고 있습니다. 2028년까지 수출할 수 있는 설비의 용량을 세배 늘리겠다는 겁니다. 이 중 상당수가 유럽으로 가겠죠. 실제로 미국 셰일기업은 실적 발표에서 이렇게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되더라도, 상당 기간 천연가스 가격은 걱정이 없다고.

미국 셰일기업은 왜 이렇게 적극적일까요? 지하 암반층을 고압의 물로 파쇄하는 프래킹 공법으로 뽑아내는 게 셰일가스죠. 이때 석유와 천연가스가 동시에 나옵니다. 석유야 액체라 저장하기 편하지만, 천연가스는 그렇지 않죠. 그래서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미국 내 발전소에 팔거나, 터미널로 옮긴 뒤 액화해 저장하는데요. 그러고도 너무 많이 남아서 그냥 태워 왔습니다. 기체 상태로 그냥 두면 폭발 위험이 있으니까요.(그래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이나 아시아와 비교해 반값도 안 됩니다.)

한데 유럽이라는 거대 시장이 새로 생겼다고 해보죠. 천연가스는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길목의 ‘브리지’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석탄과 비교해서 탄소를 훨씬 덜 내뱉기 때문인데요. 미 셰일기업 입장에선 설비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유럽에 팔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이미 수출 터미널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데, 그 스케줄이 한참 앞당겨진 셈이 된 겁니다. 이미 미국에서 수출되는 천연가스의 75%가 유럽으로 가고 있습니다. 원래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최대 수출처였는데 말이죠.

◆인플레도 감수하겠다는 유럽... 3~4년 버티면 러시아가 되레 곤경?

당장은 유럽이 LNG 수입을 확 늘린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는 이유는,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얘기일 텐데요.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줄이면서 벌어진 인플레이션 문제를 감수하고 갈 거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당장은 유럽이 힘들겠지만, 독한 마음을 먹고 3~4년을 버티면 오히려 러시아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재정수입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더욱이 파이프라인이 아니면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없습니다.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역량도, 그렇다고 천연가스를 액화할 수 있는 기술도 없으니까요.

이미 유럽은 에너지 계획을 다시 짜고 있죠. 기후변화 문제에도 불구하고 석탄을 다시 때우고 있고요. 여기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공격적으로 늘리겠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습니다. 부족하면 미국에서 LNG를 가져다 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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