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6-05 (금)

신도시에는 왜 대형건설사 브랜드가 없을까?

  • 입력 2022-09-01 15:41
  • 장순원 백브리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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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중견 건설사들이 페이퍼컴퍼니나 계열사를 동원하는 벌떼입찰 방식으로 공공택지를 낙찰받으며 가져간 부당한 수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체 벌떼입찰은 뭐고, 이미 낙찰받은 토지에 대한 이익을 환수하는 게 가능할까요.

◇벌떼입찰은 뭘까?

정부는 신도시 같은 공공택지지구를 조성해 국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물량도 있지만 일부는 민간 건설사에 넘겨 분양을 합니다.

이때 건설사에 땅을 파는 방식은 추첨, 즉 뽑기를 합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건설사는 누구라도 기회를 주는 겁니다.

문턱이 높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3년간 300세대 이상 주택을 공급하고, 행정당국의 제재 기록이 없으면 누구나 입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백 곳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LH에서 매각하는 택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원가 자체가 낮으니 분양 대기수요도 많고, 건설사도 원가와 일정한 마진을 보장받기 때문입니다.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입지가 좋은 택지는 기본적으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입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택지 하나를 낙찰받기 어렵습니다.

당첨 확률을 높이려 건설사들이 많게는 20~30개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벌떼입찰이라고 합니다. 계열사 중에는 실제 시공 능력이 없는 입찰용 페이퍼컴퍼니도 상당수라는 게 당국의 시각입니다. 예를 들어 형식은 별도의 계열사인데 직원 월급을 본사에서 주거나, 필수인력이나 사무실조차 갖추지 않은 회사입니다.

특히 호반, 중흥, 대방, 제일, 반도건설을 포함한 5곳의 중견 건설사가 이런 벌떼 입찰 방식을 활용해 공공택지를 싹쓸이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습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1년까지 대방, 중흥, 우미, 반도, 제일 5곳의 건설사가 LH가 매각한 178필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았습니다. 중견기업의 벌떼 입찰이 지난 정부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요. 경실련도 지난 10년간 LH가 매각한 필지를 조사했는데, 비슷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10년간 계열사 계약건수가 5건 이상인 그룹은 14곳, 총 계약건수는 14조 4천억 원 규모입니다. 계약 건수 상위는 호반(43곳), 중흥(36곳), 우미(23곳) 순입니다. 웬만한 건설사는 필지 하나 낙찰받기도 어려운데 5대 회사는 엄청난 물량을 받아 간 겁니다. 편법 벌떼 입찰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숫자라는 겁니다.

◇왜 중견 건설사만 벌떼 입찰을 활용했나

대형 건설사들도 이런 방법을 몰라서 안 했으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계열사 하나를 늘리기 쉽지 않습니다. 문어발식 확장을 감시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곳에서 깐깐한 감시를 받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업 규모가 크지 않은 중견 건설사들은 계열사를 늘리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공택지를 확보하는 게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중견 건설사는 해외에 진출하거나 대형 토목건설을 딸 역량이 부족합니다. 국내 주택 건설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게 주수익원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지을 땅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의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대형 건설사가 독식하고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는 일감이 줄자 과거 눈독을 들이지 않던 지방까지 진출하면서 지역 기반의 중견·중소 건설사의 입지는 더 위축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사업을 이어가려면 공공 택지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중견 건설사는 이런 방법을 활용하지 않았을까요. 국내 건설사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고난의 행군을 펼쳐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중견 건설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5곳의 건설사는 재무 상태가 탄탄해 위기를 잘 넘긴 곳들입니다. 경쟁사들은 사라진 무주공산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겁니다.

◇벌떼 입찰 왜 문제가 되나

공공택지는 그린벨트 같은 곳을 풀거나 혹은 국가가 개입해서 땅을 싸게 매입해 조성한 땅입니다. 공익을 위해 민간의 땅을 수용한 겁니다. 이렇게 마련한 땅을 편법을 동원한 소수의 민간 건설사가 독점하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분양을 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이익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 택지지구에 1군 건설사도 있고 중견 건설사 아파트도 분양을 한다면, 소비자들도 브랜드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브랜드파워는 좀 떨어지더라도 분양가를 낮춘다던가 A/S를 잘해 준다던가 이런 식의 대응을 통해 아파트를 팔려 할 겁니다. 그런데 중견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만 쫙 들어서면 소비자로서는 아파트 선택권도 제약이 되고, 분양가나 A/S 측면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벌떼 입찰은 계열사 밀어주기의 루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건설사가 낙찰받은 공공택지는 2년이 지나면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공급가격 이하로만 팔아야 합니다. 수도권이나 세종 등 요지에 땅은 IMF 위기가 오지 않는 한 분양을 해서 수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모회사에 건설을 맡기거나, 혹은 계열사에 싸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는 건설사의 경우에는 전매를 활용하기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자식이 대주주인 건설사에 싼값에 받은 공공택지를 몰아준 뒤, 아파트를 지어 분양수익을 올리면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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