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7-22 (수)

코레일은 왜 고속철도 진입장벽을 낮췄나

  • 입력 2022-11-16 10:39
  • 장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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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분산식 고속열차(출처:현대로템 홈페이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출처:현대로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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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속철도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20년 만에 대규모 고속철도 차량 입찰이 예정된 상황에서, 스페인계 고속철도 회사가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이 시장을 독점하던 현대로템은 바짝 긴장하고, 부품회사는 공포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스페인 회사가 입찰을 따낸다면 일감이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부품회사들은 철도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대부분이 독점체제를 유지하는데, 외국 업체 참여를 허용하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로템의 독점이 대안일까요. 고민되는 주제입니다. 최원석 한국철도학회 회장의 설명을 들어보세요.

Q:최근 고속철도 차량 부품회사가 시위를 했습니다.

A:고속철도 차량을 제작하는 로템이나 부품회사들은 정부와 연구개발(R&D) 협업을 합니다. 정부가 1000억원을 지원하면 비슷한 규모로 현물출자를 해서 고속철도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개발한 철도차량과 부품을 철도공사가 사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그전까지는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부품회사는 대규모 입찰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다음 달 평택오송선(EMU-320) 고속차량 120량을 포함해 총 136량 규모로 고속차량 입찰 공고를 낼 계획입니다. 약 7000억원대 규모입니다.



그런데 입찰전에 스페인 업체인 탈고가 국내 중견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참가할 예정입니다. 탈고 컨소시엄이 이기면 부품 업체들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탈고 컨소시엄이 가격이 싼 중국이나 스페인에서 부품을 수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자국 생산 부품을 쓰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또 국내 고속철도 기술의 활용도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철도공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고속철도 차량을 사는 회사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고속철 관련 부품사(191개사)가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이유입니다.

Q:그동안 해외기업은 입찰에 참여 못했습니까.

A:해외 기업도 입찰 가능합니다. 코레일은 그동안 시속 250~300㎞ 이상 최고 속력을 내는 차량 제작·납품 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 자격을 유지했습니다. 이런 업체 가운데 알스톰이나 지멘스 같은 기업은 물류 비용이나 부품 조달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사실상 국내 유일 고속철도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의 독점 구조가 이어온 배경입니다.

그런데 코레일은 지난해 입찰 참가 자격 규정을 없앴습니다. 진입장벽을 낮춘겁니다. 탈고를 끌어들여 경쟁구도를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만약 탈고가 입찰에 참여하면 2005년 이후 17년 만에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 간 고속철도차량 경쟁이 이뤄지게 됩니다.

Q:탈고는 어떤 회사입니까.

A:스페인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2위 고속철도 차량 생산 업체입니다. 세계에서는 20위권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매출액 기준으로 하면 로템의 절반 정도의 규모입니다.

Q:경쟁이 이뤄지면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 아닙니까.

A:맞습니다. 기술력이 뛰어나면서도 총 경비도 저렴한 회사를 고르면 금상첨화입니다.

고속철도를 운영하는 철도공사는 적자기업입니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시설과 차량의 정비가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1억 원짜리 차량을 하나 사면 20~30년은 타야 합니다. 이 차량의 정비 비용이 최소 2억 원에서 많게는 4억~5억 원 정도 합니다. 살 때는 조금 비싸더라도 유지비를 최소화하는 게 길게 보면 남는 장사일 수 있습니다.

Q:입찰 기준이 중요하겠습니다.

A:우리나라는 일정한 기술 수준만 통과하면, 그 중에서 최저가를 제시한 곳이 수주하는 방식입니다. 그런 기술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기술평가를 꼼꼼하게 합니다. 전문가 뿐 아니라 실제 차량을 운영하는 철도공사 직원이 평가를 합니다. 20~30년 차량을 운행해야 하니 정비 측면도 고려를 해서 종합한 다음 기술 점수를 매깁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차량 전문가 교수들이 단시간 만에 평가를 합니다. 기준 통과냐 낙제냐 이렇게 나눠서 결정을 합니다. 낙제점만 피하면 모두 통과하는 셈입니다. 결국 가격이 입찰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스페인 탈고라는 회사가 낮은 가격만 써내면 입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품질입니다. 철도공사가 이번 입찰에서 요구하는 것은 동력분산식 열차입니다. 동력분산식은 열차에 동력을 골고루 분산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탈고는 주로 양 끝 기관차의 힘으로 움직이는 동력집중식 차량 제작 경험만 있습니다.

만약 탈고가 약속대로 차량을 2027년까지 인도하지 못하면 철도공사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Q:대안이 있을까요.

A:경쟁은 필요합니다. 다만 경쟁의 핵심요소가 납품 가격이 아니라 라이프 사이클 코스트가 돼야 합니다. 퇴역할 때까지 총비용을 계산해 평가하자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고속철도를 발주할 때 이런 전통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속광역철도(GTX)의 경우 40년간 운영권을 민간 기업이 받는데, 이 기간 들어가는 운영비까지 다 계산합니다. 차량 정비하는데 얼마가 드는 지까지 다 나옵니다. 고속철도도 이런 비용을 계산해 입찰할 때 반영하자는 겁니다. 길게 보면 이게 훨씬 합리적입니다.

현재는 이런 제안이 잘 먹히지 않습니다. 철도공사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2년마다 연임을 놓고 평가를 받습니다. 감사원이나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왜 싼 것을 선택하지 않고 비싼 차량을 선택했느냐고 추궁할 수 있습니다. 또 공사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습니다. 최저가 입찰제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들입니다.

Q:독점보다 외국기업이라도 경쟁구도가 낫지 않습니까.

A:세계적으로도 철도산업은 국가가 키웁니다. 2010년 프랑스 사례를 전해드릴게요. 당시 유로스타가 차량 발주를 했습니다. 이 회사의 지분 55%는 SNCF(프랑스 국영 철도공사)입니다. 프랑스의 알스톰하고 독일의 지멘스가 붙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지멘스가 이겼습니다. 프랑스에는 난리가 났습니다. 정치권의 핫이슈가 됐고 지루한 소송전도 펼쳐졌습니다. 철도산업의 현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고속철도는 차량 생산은 민간이 해도 구매자가 다 정부(공공기관)입니다. 정부가 사실은 개입을 안 할 수 안 할 수가 없고 하는 게 맞습니다.

프랑스는 알스톰, 독일은 지멘스처럼 하나의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입니다. 독점은 독점의 폐해가 있을 때 문제가 됩니다. 독점적인 이익을 취하지 못하는 장치를 마련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격의 상한선을 둘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방산기업은 군대에 납품할 때 이윤을 남기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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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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