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주민들과 현대건설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은마아파트 밑을 지나는 GTX-C 노선을 둘러싸고입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이 소속된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펼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주민들의 행동이 비합리적이라 우회안 검토를 중단했습니다. 국토부는 은마아파트를 대상으로 행정조사 카드까지 꺼냈습니다. 강대강 대치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국토부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를 행정조사할 계획입니다. 국토부와 서울시, 강남구청, 한국부동산원, 변호사, 회계사로 합동점검반을 구성, 다음 달 7일부터 16일까지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용역 계약이나 회계 처리가 투명하게 됐는지 집중 점검하겠다는 겁니다.
은마 재건축 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시위 중입니다. 재건축 위원회가 장기수선 충당금을 GTX 반대 집회 등에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를 확인하는 차원입니다. 일종의 특별점검입니다. 국토부가 직접 나선 것은 2019년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됐던 한남 3구역과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그리고 은마아파트 뿐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은마 주민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근거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방해하고 선동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파트 밑으로 GTX가 지나가면 붕괴 위험이 생긴다며 결사반대하는 은마 주민들에게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겁니다. 장관의 발언 이후 일주일 만에 국토부가 행동에 나섰습니다. ●은마 주민들은 왜 반발하나 은마 주민들은 주장은 이렇습니다.
1) 50년 된 아파트 지하로 GTX가 지나가면 심각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2)은마아파트 재건축할 때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회노선을 요구했습니다.
국토부나 현대건설의 설명처럼 그렇게 안전하면 왜 삼성역에서 양재역까지 직선으로 뚫지 않느냐는 겁니다. 또 과거 GTX-A 노선을 건설할 때 압구정 현대 아파트는 대규모 민원이 걱정돼 우회했는데 은마는 왜 관통하느냐며 현재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토부나 현대건설 생각은?
GTX는 지하 40미터 아래로 지나는 대심도 공법을 씁니다. 특히 은마아파트 구간은 최소 60미터에서 최대 70미터 지하로 터널을 설계했습니다. 은마아파트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재산권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맞습니다. 대심도로 지나가도 구분지상권을 등기하기 때문입니다. 이론상으로는 지하를 직선으로 연결해도 되지만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각종 민원과 소송이 펼쳐질 수 있으니까요. 가급적 주택가를 지나지 않도록 도로 밑으로 GTX를 건설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도심 한복판인 삼성역과 양재역 사이 구간은 도저히 주택가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양재천으로 돌아가려니 경제성이나 속도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탄천 밑을 설계를 하려 해도 위례신사선과 겹쳤습니다. 다양한 안을 검토하다 어쩔 수 없이 은마아파트 밑으로 설계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입니다.
●은마 주민들은 왜 정의선 회장 집으로 갔나
은마 주민들은 올 초 GTX 통과 반대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아파트 외벽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수막을 내걸고 정 회장 자택 시위도 예고했습니다. 실력행사를 통해 현대건설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겁니다. 그런데 현대건설이 우회 노선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현수막 게시와 자택 시위를 보류했습니다. 실제 현대건설은 8월쯤 매봉산 아래를 지나는 우회 노선을 국토부에 제출했고, 10월부터는 은마 주민들이 요구하는 탄천 우회안도 검토했다고 합니다.
10월 말쯤부터 현대건설 내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의 주장입니다. 우회노선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현대건설에 사실 확인을 요청해도 묵묵부답이었다는 겁니다. 맞대응 카드로 정의선 회장 관련 현수막을 다시 내걸고 보류했던 회장 자택 앞 시위도 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입니다. 현대건설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배경에는 GTX-C 노선을 지렛대 삼아 현 추진위를 흔들고, 조만간 꾸려질 조합을 자신들에게 우호적 인사로 채우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전혀 다른 생각입니다. 2가지 우회노선을 검토하는 과정인데 느닷없이 정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판을 깼다는 겁니다. 자신들의 주장(우회노선)을 관철하려 사업과 상관없는 계열사 회장 자택에서 시위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라는 입장입니다. 현대건설은 현재 우회노선 검토를 중단했고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원안대로 노선을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선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나
GTX-C는 민자사업으로 진행됩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분석해 제안한 뒤, 정부가 얼마만큼 보조할 지 결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입니다. 노선을 바꾸면 비용이나 공기에 영향을 주니, 최종 결정권은 국토부에 있습니다. 현대건설만 압박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국토부는 현대건설이 지난 8월쯤 매봉산 지하를 관통하는 우회안을 제시한 것은 맞는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노선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GTX 사업은 예비타당성 심사→기본계획→실시협약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타 때 그려진 노선이 기본계획 때 바뀌는 경우는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노선의 경우 예타 때 압구정 현대 밑으로 지나갔다가 기본계획에서 노선이 바뀌면서 청담동으로 우회하도록 바뀌면서 청담동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했었죠.
그런데 기본계획까지 나오고 우협까지 선정된 상황에서 바뀐 경우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노선이 바뀌면 역민원이나 공사 기간이나 사업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마-현대건설, 강대강 대치 해법은?
국토부나 현대건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우회안 검토 없이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국토부도 은마 주민들이 자신들의 아파트 밑으로 지나간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은마 주민들도 물러설 생각이 없습니다. 생존권의 문제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지금은 노선을 우회하라고 집회를 하고, 관철되지 않는다면 공사 중단을 위해 민원이나 법적인 수단도 강구하고 피해 보상도 요구할 계획입니다.
GTX-A 노선에서도 비슷한 일 있었습니다. A노선이 청담동 주택가를 지나가자 주민들이 반발하며 민원도 많이 넣어서요. 강남구청의 경우 한강변 녹지에 있던 23번 작업구와 청담동에 24번 작업구 굴착허가를 안내줘 행정소송 끝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사가 1년 정도 지연됐습니다.
GTX 처음 하는 사업이기도 하고,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과 재산권 침해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