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7-22 (수)

쿠팡 흑자 뒤에 숨어있는 비밀

  • 입력 2022-12-19 15:09
  • 장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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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던 쿠팡의 실적이 올 들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3분기에는 사상 처음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이런 성장은 쿠팡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까요. 이재용 회계사가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쿠팡의 드라마틱한 반전 배경은?

우선 쿠팡의 성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조631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10% 증가했습니다. 조정 에비타(EBITDA)가 2534억원정도 됩니다. 에비타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년 전에는 2697억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3분기에는 앞의 부호가 바뀌며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조금 더 세분화해서 보겠습니다(위 표 참조). 쿠팡은 이커머스와 신사업 부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의 매출액은 6조4313억원으로 전년대비 32% 성장했습니다. 조정 에비타의 경우 작년 1537억원 적자에서 올해 3110억원 흑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반면 신사업(쿠팡 이츠 등)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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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작년 영억이익률(위 표)은 -8.1%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3분기에는 1.5%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불과 3분기만에 영업이익률이 9.6% 포인트 증가한 겁니다. 기업이 이런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뤄내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배경에는 매출원가율이 있습니다. 작년 84%였던 매출원가율이 3분기 기준으로 75.8%로 내려왔습니다. 1만원짜리 물건을 팔 때 작년엔 조달 비용이 8400원이었는데, 올해는 7600원 아래로 내려갔다는 뜻입니다.

●매출원가를 낮추는 5가지 방법

쿠팡은 어떻게 매출원가를 이렇게 많이 낮출 수 있었을까요. 그것도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말입니다.

기업이 매출원가를 낮추는 방법은 크게 5가지 정도 있습니다.



①매출 단가 상승

②제품 외 서비스 매출 증가

③매입 원가 하락(수수료율 증가)

④물류 효율 개선

⑤오픈 마켓 매출 비중 증가

하나씩 살펴보죠. 우선 쿠팡이 강조하는 ④물류비용 부터 살펴보죠.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물류 비용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물류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 정도입니다. 나머지 70%는 상품 조달 원가로 추정됩니다. 물류 비용을 아끼더라도 4% 포인트 이상 줄이기는 힘들 겁니다. 또 쿠팡이 주장하는 대로 신선식품의 재고 비용을 낮췄을 수도 있습니다. 쿠팡의 신선식품 비중은 22%정도입니다. 물류 효율화를 통해 매출원가를 낮추는 데 역시 한계가 분명합니다.

②의 경우 신사업 매출이 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재무제표를 살펴봤지만 그런 징후는 전혀 없습니다.

⑤오픈마켓 매출 비중이 늘면 매출원가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쿠팡은 플랫폼으로서 장터만 깔아두면 업자들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알아서 하고 쿠팡은 수수료만 받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통상 오픈마켓 비중이 커지려면 판매관리비가 늘어납니다. 구매를 안 하더라도 업자들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경우 올 들어 판관비 비중이 되레 줄었습니다(작년 24%에서 올해 22.7%로 하락). 오픈마켓 매출 비중이 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남은 게 ①매출 단가 상승과 ③매입 원가 하락(수수료율 증가)입니다. 요약하자면 물건을 싸게 조달해 비싸게 팔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겁니다.

●양날의 칼, 매출원가율

물론 물건을 싸게 조달해 비싸게 파는 것은 모든 사업자의 로망입니다. 쿠팡이 그런 것을 가능하게 했다면 쿠팡의 힘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1) 습관의 힘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왔을 수 있습니다. 쿠팡의 강점인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가격을 조금씩 높여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2) 매입 원가를 낮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쿠팡은 성장 장려금을 활용했습니다. 언뜻 보면 쿠팡이 벤더의 성장을 장려하려 주는 돈 같습니다. 현실은 반대입니다. 쿠팡에 납품하는 벤더의 매출이 늘었을 경우 쿠팡이 벤더에게 더 받아 가는 돈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 수수료율이 10%인데 다음 발주를 할 때 발주물량을 늘리면서 성장 장려금 명목으로 2% 포인트를 얹어 수수료율을 12%로 책정하는 식입니다. 쿠팡의 성장을 장려하는 셈입니다. 감정적으로는 나쁜 일 같습니다만, 경제적으로는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회사가 초과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싸게 조달해 조금씩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매출원가율을 낮추는 게 장기적으로 쿠팡에 유리한 일일까요.

쿠팡의 주가는 미국에 상장한 직후 주당 50달러에 거래되다 현재는 18달러 수준으로 거래가 됩니다. 한때 주당 9달러까지 내려갔다가 흑자 전환이 예상되면서 살짝 올라온 겁니다. 흑자전환한 기업치고는 주가가 힘을 크게 받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쿠팡은 상장할 때 5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매년 70% 가까운 성장을 하면서 3~4% 가량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는 전제가 깔린 몸값 계산입니다. 그런데 올해 매출 성장이 정체된 겁니다. 기업은 꾸준한 이익과 성장이 핵심입니다. 쿠팡이 올해 처음 흑자를 보여줬는데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성장이 멈췄다는 점에 주목하기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쿠팡은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

쿠팡은 K 아마존이라는 별명이 붙은 회사입니다. 미국 아마존의 역사를 보면 쿠팡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 아마존은 1997년 상장한 뒤 주가가 꾸준히 우상 향했습니다.(물론 올해는 제외합니다. 절반가량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은 1200조원 정도 됩니다. 아마존의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이 600조원 정도 됩니다. 작년보다 100조원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30조원 정도입니다. 영업이익이 30조원인데 시가총액은 1200조원입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50조원 버는데 시가총액은 300조원이 조금 넘습니다. 아마존의 주가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겁니다. 비결이 뭘까요. 아마존의 매출(아래 표 참조)에 비밀이 있습니다. 아마존은 항상 예상을 깨고 2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캐시카우로 부상한 클라우드 사업까지 포함한 성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마존의 상품 매출원가입니다. 상품 매출액이 314조원(2021년 기준)인데 매출원가는 354조원입니다. 상품 매출만 보면 적자기업입니다. 물건은 적자를 보고 파는 겁니다.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하려 경쟁기업보다 매우 싸게 팔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싸게 파니까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핵심은 '닥치고 성장'인 셈이죠. 남들이 따라갈 수 없는 경쟁력의 비결인 셈입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것은 이커머스 회사의 결제구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즉시 돈을 받고, 벤더에게는 한달 뒤쯤 정산합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현금이 계속 쌓이는 구조입니다. 20년간 닥치고 성장하면서 이렇게 늘어난 현금을 고스란히 투자해 클라우드 같은 황금알도 발굴하기도 하고, 구독이나 서비스 비즈니스도 키우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겁니다.

쿠팡도 아마존의 전략을 벤치마킹해서 커왔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성장전략이 잘 먹혔습니다. 그 결과가 미국 주식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받고 상장한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쿠팡이 아마존처럼 닥치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쿠팡이 아마존처럼 성장하려면 4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①매우 큰 시장 ② 시장 침투율 확대 ③압도적 시장 점유율 ④ 해외 진출 가속입니다.

①한국 시장은 미국처럼 매우 큰 시장은 아닙니다. 좀 애매합니다. ②시장 침투율 즉 이커머스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③ 쿠팡은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0%를 지배하는 아마존처럼 한국에서 압도적 시장 지배가가 아닙니다. 이게 되려면 매출원가율이 90~100% 정도 돼야 합니다. 만약 쿠팡이 올 3분기에 매출원가율을 낮춘 바탕이 물건을 싸게 조달해 비싸게 팔았다면 지배력은 점점 약화할 겁니다. ④ 해외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쿠팡이 현재 갖고 있는 조건은 ②밖에 없습니다.

쿠팡이 아마존 같은 기업이 되려면 압도적 성장을 이뤄야 합니다. 만약 이익률을 개선하는 게 성장에 방해가 된다면 적절한 조정을 해야 할 겁니다. 특히 오랜 기간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커머스의 성장을 발판으로 마련한 현금으로 다양한 도전을 해야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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