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1 (토)

SVB 파산사태, 미국 금융시스템 흔드나

  • 입력 2023-03-24 16:19
  • 장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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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경제의 피와 같습니다. 피가 구석구석 잘 돌아야 몸이 유지되듯, 은행이 돈을 필요한 곳으로 공급해야 경제도 제대로 굴러갑니다. 그런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소형 은행 몇 곳이 흔들리는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UBS에 합병될 정도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러다 자칫 은행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의 은행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요.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들어봤습니다.

Q:은행이 다른 일반적 회사와 뭐가 다른가요.

A:은행은 시중의 돈을 생산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빌려주는 기능을 합니다.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죠. 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줍니다. 만기가 긴 예금을 받아 짧게 빌려주며 이자 수익을 올립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태생적으로 취약점이 생깁니다. 바로 예금과 대출의 만기가 다르다는 겁니다. 예금을 찾으러 오면 언제든지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하고 그 돈을 마치 안 찾으러 올 것처럼 오래 빌려주는 식으로 장사를 합니다. 이러다 보니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뱅크런) 은행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은행이 망하면 돈이 안 돌게 되고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 은행의 돈을 빌려 간 대출자들이 어떤 사업을 하다 얼마만큼의 손실이 생겼는지 하는 정보도 사라지게 됩니다. 국가로서는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겁니다.

Q:정부 입장에서는 은행이 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겠네요.

A:맞습니다. 은행 시스템이 발전한 미국에서는 여러 금융위기를 겪으며 규제를 통해 위기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역사입니다.

은행이 망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①부실한 회사에 돈을 잘못 빌려줬을 때입니다. ②은행은 건전한 대 사람들이 불안해서 갑자기 예금을 찾아갈 때입니다.

미국에서 은행은 자주 망했습니다. 대공황 때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1933년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가 생기면서 뱅크런(두 번째처럼 사람들이 불안해 돈을 갑자기 찾아갈 때)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FDIC는 금융기관에서 일정 부분 돈을 거둬 예금보험기금을 쌓습니다. 그 돈으로 일정 금액까지 예금을 되돌려주도록 보장합니다. FDIC가 생긴 뒤 은행이 망한 경우는 주로 잘못된 대출 때문입니다.

Q: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한국과 다릅니까.

A:미국은 은행이 한국보다 훨씬 많습니다. 1983년 1만4469개에서 2021년 4237곳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많습니다.
미국의 은행은 4000여곳이 넘습니다. (왼쪽) 그래서 규제 기관도 엄청나게 많고 복잡합니다.(오른쪽)

1700년대 미국의 은행 시스템이 도입될 무렵 은행의 허가권은 주정부에게 있었습니다. 당시 다른 주에 지점을 내는 것도 막았습니다. 주 별로 독립성이 매우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은행이 생기게 된 배경입니다. 이 많은 은행은 수시로 망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 FDIC가 생긴 이후에는 주로 잘못된 대출을 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경우입니다. 미국에서는 한 두개 은행이 망하는 경우에는 그냥 이벤트로 치부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로 인해 사람들이 예금도 안 하고 대출도 기피하게 되면 금융위기라고 인식합니다. 2008년 리먼 사태가 대표적이지요.

Q: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위기는 금융위기입니까. 2008년 리먼 사태와 다른 점이 있나요.

A:2008년 금융위기는 그림자금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뱅킹 시스템 전체에 패닉이 온 겁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예금 보호를 받지 않는 금융거래를 의미합니다. 이런 그림자 금융상품에 문제가 터지자 손실이 급격히 커졌고, 금융기관끼리 신뢰가 무너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위기가 확산한 겁니다. 동시에 금융 시스템에서 돈이 엄청나게 빠져나갔습니다.

지금은 전통은행 가운데 소수 은행에 대한 뱅크런입니다. 특이한 점은 중소 규모의 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금융 시스템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일종의 예금 재분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 중개기능이 손상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Q:미국 정부가 예금을 전액 보장하는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심각하게 보는 것 아닙니까.

A:SVB가 어디다 얼마의 대출을 내줬고,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없습니다. 정보 비대칭이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소비자들은 예금을 찾으러 은행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아무리 리스크 관리를 잘 했어도 고객들 다 달려오면 은행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뱅크런 조짐이 보이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위기 경험이 많은 미국 정부가 보장 한도와 상관없이 예금을 전액 보장해 준다는 조처를 취한 이유입니다.

Q:위기가 터질 때마다 정부가 나서 보호해 주면 예금보험제도는 왜 필요합니까.

A:긴급한 상황일 때 매뉴얼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일단 시장을 안정시킨 뒤 기존의 시스템대로 금융시장을 가동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경험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IMF 위기가 왔을 때 3년간 예금을 전액 보장한 사례가 있습니다.

Q:우리나라에서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는 5000만원만 보장해 줬잖습니까.

A:국가적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뱅크런이 발생해도 국지적이라고 생각하면 다 진정시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Q:우리나라 은행은 괜찮습니까.

A:우리나라 시중은행은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일단 IMF 때 은행이 망한 트라우마가 크고, 규제망이 워낙 촘촘하게 짜있기 때문입니다.

Q:문제가 된 은행들은 한 분야에 특화된 은행입니다. 우리도 특화은행을 추진하는데 문제는 없을까요.

A:맞습니다. 한 분야에 특화한 은행은 그 산업이 흔들리면 타격을 받는 구조입니다. 예전 미국의 지방은행은 그 지역의 농사만 안돼도 은행이 같이 망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특화은행을 추진해서는 논리로 연결 지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금융시장은 역사도 짧고 규제도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특화은행은 위험하니 우리나라에서 특화은행을 추진하는 것은 안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Q:미국의 혼란을 보며 국내 예금자보호한도(5000만원)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도 많습니다.

A: 한도는 높여야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예금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반대 급부도 생각해야 합니다. 한도가 오르면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 쏠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한도가 올라가면 예금보험요율도 올라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늘어납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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