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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희귀금속으로 세계를 쥐락펴락하나

  • 입력 2023-03-27 15:14
  • 장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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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같은 IT 기계나 2차 전지, 반도체, 자동차 같은 곳에 꼭 들어가야 할 광물이 있습니다. 바로 희귀금속입니다. 필요한 양은 얼마 안되지만 없으면 안됩니다. 현재 전 세계는 이 희귀금속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같은 법안도 속내를 알고 보면 희귀금속의 주도권을 쥐려는 치열한 수 싸움의 하나입니다. 희귀금속이 어떻길래 이런 암투가 벌어지는 것일까요. 프랑스 저널리스트가 쓴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이란 책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희귀금속 얘기가 녹아있습니다. 남궁민 북칼럼니스트의 안내를 받으며 희귀금속의 세계로 들어가 보시죠.

희귀금속 대체 넌 뭐냐

희귀금속은 희귀한 금속을 뭉뚱그린 말입니다. 안티몬, 베릴륨 갈륨 세슘 마그네슘 등을 포함합니다. 대부분 이름 끝이 ~륨, ~슘 으로 끝납니다. 희토류는 한 번씩 들어봤을 텐데 이건 그 중에서도 더 희귀한 아이들만 묶어놓은 그룹입니다.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희귀금속은 보통 30여 종 정도 됩니다. 재작년 기준 전 세계에서 생산된 모든 희토류를 합치면 24만톤에 불과합니다. 커다란 컨테이너선 한척 분량입니다. 감이 안 오신다고요. 한 해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1만 분의 일 수준입니다. 희귀금속 전체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종류에 따라서는 한 해 생산량이 몇 톤 밖에 안 되는 것도 많습니다.

희귀금속은 어디에 쓸까

요즘 같은 시대 필수품이 뭘까요.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그런데 아이폰 기준으로 희귀금속이 20가지나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노트북, 모니터, 자동차까지 희귀금속이 안 들어가는 게 없습니다. 특히 IT 기기나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수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자기기의 특징은 작은 기계가 많은 일을 하는 겁니다. 희귀금속은 아주 작은 양으로 큰 힘을 내거나 아주 단단하거나 전기가 잘 통하는 특이한 성질이 있습니다. 가장 익숙한 사례로 스마트폰을 들었지만, 데이터 센터나 해저 케이블망, 자동차, 의료기기, 배터리까지 모든 제품에 희귀금속이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요즘 제일 핫한 분야인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차 같은 데는 이 희귀금속이 더 많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에는 규소, 풍력 터빈에는 희토류가 쓰입니다. 전기차만 해도 거의 20여가지 희귀 금속이 필요합니다. 희귀금속의 수요는 이제 시작입니다.

희귀금속 어떻게 생산하나

친환경 산업이 발달하면서 희귀금속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희귀금속을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이 뒤따릅니다. '더러운 금속'이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 들어가는 갈륨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50톤짜리 바위를 깨서 정제해야 합니다. 통신기기에 쓰이는 루테륨은 1200톤짜리 바위를 깨서 정제하면 겨우 1킬로그램이 나옵니다. 문제는 정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과 독한 화학물질을 쓴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중국 전체로 보면 경작가능 면적의 10%가 이미 중금속 오염됐다고 합니다. 지금보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오염이 심각해질 겁니다. 많은 나라에서 재활용도 시도 중입니다. 특히 중국과 갈등을 빚다 희토류 수출 금지 조처에 심하게 당한 일본이 선두에 서있습니다. 도시광산이라는 개념을 통해 재활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채산성이 맞지 않습니다. 비유하면 빵에 들어가 있는 소금을 하나하나 떼어내는 과정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당연히 에너지와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입니다.

희귀금속은 어디서 많이 생산하나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작년에 희귀 금속이 24만톤 생산됐는데, 약 60%를 중국이 혼자 생산했습니다. 단일 국가가 전체 희귀 금속 시장을 독점한 겁니다. 금속에 따라서는 거의 100%를 혼자 생산하기도 합니다. 석유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오펙의 비중이 40%가 안되는 것과 비교하면 희귀금속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별 광물로 가면 더 심각합니다. 유럽은 반도체 원료인 희토류, 배터리 원료 리툼을 100% 수입 의존하고 있습니다. 마그네슘은 97%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건 유럽 뿐 아니라 우리나라나 미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는 뭔가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희귀금속 생산량은 미국이 1위였습니다. 유럽에서도 일정 부분 나왔습니다. 지금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희귀금속은 채굴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선진국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채굴을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환경오염을 감수하고 생산을 계속해왔습니다.

중국은 아주 일찍부터 전략적으로 희귀금속을 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92년에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바얀 오보라는 희토류 광산 순시하면서 "중동엔 석유가 있고,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이걸 보면 중국이 희귀금속을 어떻게 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30년 전부터 중국은 희귀금속의 전략적 가치를 이해한 것이죠.

중국은 중국 내의 광산 자원을 탐사하고 계속 개발해서 점점 시장 지배력을 높여왔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중국은 미국이랑 비슷한 규모로 생산하는 국가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원래 희귀금속을 가공하는 산업의 90%는 서구가 지배했는데, 이제 수치가 중국이 90%를 장악한 겁니다. 선진국은 지금까지는 더러운 금속을 중국이 자기 손으로 캐내니 나쁠 것도 없었습니다.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은 선진국과 경제성장이 필요한 중국이 딜을 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는 합리적 선택 같았지만 희귀금속이 전략자원이 되면서 약점을 잡힌 꼴이 됐습니다.

중국은 희귀금속을 어떻게 통제하나

중국은 희귀금속을 활용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태양광 설비 세계 1위, 수력과 풍력 발전 투자 세계 1위, 전기차 세계 1위에 신재생 발전량 세계 1위입니다. 전기차에 필수품인 2차 전지도 80%가량을 중국이 만들고 있습니다. 원자재를 중국이 통제하고 자국 기업에는 싸게 공급하니까 외국 기업은 따라가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우리도 배터리 산업 규모 크지만 원료는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19년 중국은 이미 희토류 무기화를 공식 언급했습니다. 2021년엔 희토류 국유기업을 통폐합해서 국영 중국희토그룹 창설해 희귀금속 생산량의 70%를 여기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0년에는 희토류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수출 통제법을 시행했습니다. 희귀금속을 통해 세계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가 깔렸습니다.

서구권의 대응 방향은

2021년 2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희토류 원소 채굴은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선언했습니다. 일단 미국은 생산 재개 들어갔습니다. 2010년쯤에 거의 0이었던 거 15%로 올렸고, 희귀금속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광업을 재개한 상황입니다. 특히 친환경이랑 전기차 산업이 부상한 2018년 전후로는 생산량을 빠르게 늘려서 15% 정도 점유율 높이고 있습니다. 유럽이나 호주 등도 희귀금속 채굴을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희귀금속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으니 채산성을 맞추기 쉽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시장을 조작한다는 의심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가격을 일부러 낮게 유지해 다른 나라의 광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다는 겁니다. 희귀금속은 항상 수요가 꾸준하고 가격 출렁임이 심해 서구에선 많은 광산이 문을 닫습니다.

그래서 바다나 우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바다 밑에 많은 희귀금속이 묻혀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채산성이 맞지 않지만 중요성이나 수요가 급증하면 바다 채굴도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우주 역시 비슷합니다. 2015년에 지구 가까이 스쳐간 소행성에 묻힌 광물 가치를 60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림의 떡이지만, 이런 거 채굴 가능해지면 희귀금속 걱정을 놓게 됩니다. 미국은 우주자원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법도 만들고 대비하는 중입니다.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도 ‘핵심 광물 확보 전략’ 발표했습니다. 리튬·니켈·희토류 등 국가 핵심 광물 33종 선정, 2030년까지 핵심 광물 재자원화 20%대로 확대, 현재 80% 대인 핵심 광물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대로 낮추고, 현재 2% 대인 핵심 광물 재자원화 (회수) 비중은 20%대로 확대한다는 게 목표입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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