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불안하다는 얘기 자주 들으실 겁니다. 국내 경제가 왜 어렵냐고 물어보면 PF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PF의 개념이나 현황은 잘 모릅니다. 오늘은 PF의 기초 개념부터 건설사의 상황이 어떤지 공부해 보면 어떨까요. 건설사의 PF 일타강사 함영중 DL이앤씨 투자관리 담당(상무)의 설명을 들어보세요. Q: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뭔가요.
A:일단 파이낸싱은 돈을 빌린다는 뜻입니다. 신용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신용대출, 재산을 담보로 빌리면 담보대출입니다. 부동산 PF라는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겁니다. 사업(프로젝트)이 잘 되면 미래에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주체(시행사)가 있다면, 금융회사들이 프로젝트의 미래를 보고 대출을 하는 것이죠. PF 대출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계획서입니다.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부동산 금융 규모가 2700조원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 연간 명목 GDP(국내총생산) 보다 크죠. 이 가운데 부동산 PF만 때어놓으면 130조원 정도 됩니다. 부동산 PF의 70%는 증권이나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이뤄졌습니다. Q:부동산 PF는 왜 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하나요.
A:국내 시행사(건설 사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자본이 넉넉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어디선가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행사가 건설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는 땅 조차 확보가 안된 상태입니다. 땅을 산 뒤 용도에 맞게 인허가를 받아야 사업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땅을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한두 곳 팔리면 소문이 나고 가격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허가를 받기 전 토지는 가치가 낮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농지를 사서 아파트로 인허가를 받으면 땅값이 오르겠지만, 농지 상태에서는 가격이 높지 않습니다. 이 땅을 담보로 그것도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맞추려면 대출 가능 금액이 크지 않습니다. 담보대출 형태로 돈을 빌려서는 사업 부지의 일부 조차 사들이기 어렵습니다. 토지 담보력보다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토지 매입이나 인허가 과정에서 위험이 큽니다. 말씀드린 데로 땅을 사는 과정에서 땅값이 치솟을 수 있습니다.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 사업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 인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시간이 지연되면 사업이 어그러질 수 있습니다. 사업 초기 은행권은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높은 수익을 노리는 2금융권이 PF 사업의 돈줄이 되는 이유입니다. 토지 매입과 인허가 단계에서 빌리는 돈을 브리지론이라고 합니다. 시행사가 브리지론으로 땅도 사고 인허가까지 받으면 위험이 훨씬 줄어들 게 됩니다. 땅의 가치도 상승하고요. 이제부터는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판단한 은행들도 돈을 빌려주게 됩니다. 이를 본 PF라고 합니다. 물론 은행권만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2금융권도 참여를 합니다. 본 PF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돈을 빌려 브리지론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사업비로 쓰게 되는 구조입니다. Q:PF와 건설사는 어떤 관계인가요.
A:제2금융권 역시 사업 초기에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땅을 확보하는 단계에서 건설 공사를 맡은 시공사에게 토지 담보를 넘어서는 대출(신용대출)에 대해서는 보증을 서 달라고 요구합니다. 브리지론 단계에서 사업이 엎어져도 시공사가 갚아주니 제2금융권은 위험이 훨씬 낮아지게 되는 셈입니다. 대신 건설사의 위험은 올라가는 것이지요. 이를 건설사의 우발채무라고 합니다. 재무제표에는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 문제가 터지면 건설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채무입니다. 우발채무의 규모는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의 주석사항에 기재돼 있습니다.(증권이나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의 우발채무가 있습니다. PF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ABCP를 유동화(자본시장에서 투자자에게 매각) 화하는 과정에서 매입보장이나 매입확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우발채무 위험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브리지론 단계나 브리지론에서 본 PF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차환(대출 연장)이 쉽게 이뤄져야 하는데, 위험이 커지다 보니 금리가 치솟고 결국 차환이 안돼 프로젝트가 깨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례들이 나오며 건설사도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한 겁니다.
Q:제2금융권이 보증을 요구하면 건설사는 왜 수용하나요.
A:수주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입니다. 만약 수익성 높은 PF 사업에 여러 건설사가 눈독을 들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 사업을 수주하려면 브리지론 단계에서 보증을 해주는 건설사에 높은 점수를 주려 할 겁니다. 보증을 안 서겠다고 하면 수주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것이죠. Q:본 PF 단계에서는 어떤 위험이 있나요.
A:본 PF 단계에서는 분양가가 중요합니다. 사업 계획을 짤 때 분양가를 100으로 예상했는데 현재 80밖에 받지 못한다고 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공사비, 토지매입 비용, 금융비용을 계산해 보니 이런 분양가로는 손해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에서 본 PF 대출을 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경우 시공사가 브리지론을 대신 갚아주는 대신 시행사를 밀어내고 사업을 직접 끌고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분양가가 낮다면 사업을 마무리해 봐야 손해만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울산 지역에서 후순위 대출을 갚고 PF에서 손을 땐 대우건설의 사례가 딱 이렇습니다.
시행사는 본 PF로 넘어가면 시공사에 책임준공을 요구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약속한 시간까지 건물을 완공하라는 것이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이 사업장에서 생긴 채권이나 채무를 건설사가 인수를 해야 하는 약정을 맺습니다. 공기가 지연되면 금융비용이 늘어나면서 손익이 달라질 수 있고, 건설사가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타이밍에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책임준공도 건설사가 지는 우발채무입니다.
책임준공도 건축비를 받는 방식에 따라 위험이 달라집니다. 통상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분양불과 기성불입니다. 분양불은 분양한 뒤 분양대금이 들어올 때 건설사가 건설비를 받는 방식입니다. 본 PF 대출을 적게 받아 금융비용이 낮아지는 게 특징입니다. 반대로 기성불은 건설사가 공기에 맞춰 돈을 받습니다. 본 PF를 받을 때 건설 비용까지 같이 받아 이런 구조가 됩니다. 물론 시행사 입장에서는 금융비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건설사의 책임준공 규모는 굉장히 큽니다. 큰 건설회사는 10조원이 넘기도 합니다. 다만, 손실의 범위가 시공비 정도이고, 준공을 하고 나면 아파트를 팔 수도 있고 담보로 잡을 수도 있어 그렇게 큰 위험은 아니라는 평가입니다. 또 하나 도시정비 관련 우발채무는 위험을 낮게 봅니다. 도시정비사업은 일단 토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사업이 어그러져도 토지를 통해 수익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요약하면 건설사의 위험한 우발채무는 브리지론 단계에서 시행사에게 제공한 지급보증, 자금보충 약정, 건설사의 자체 프로젝트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Q:건설사가 여러 위험을 짊어지면서 시행사가 주도하는 PF에 참여하는 이유는 뭔가요.
A:건설사가 IMF 위기 이전에는 시행부터 시공까지 다 했습니다. 사업이 잘 되면 모든 수익을 건설사가 가져가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IMF를 겪으며 건설사들이 많이 망했습니다. 벌 때는 좋았는데 위기가 터지니 버티지를 못한 겁니다. 그 이후 시행과 시공의 역할이 분리되면서 PF가 보편화했습니다. 시행사라는 디벨로퍼가 PF 사업을 주도하면서 수익과 리스크를 가져가고 건설사는 돈을 받고 건물만 지어주는 방식으로 진화를 한 것이죠.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좀 적게 먹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겁니다. Q:해외에서도 PF 방식으로 건설 사업을 진행하나요.
A:국내외 비슷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국내 주택 사업의 PF의 경우 시행사의 지분이 전체의 3~5%에 불과합니다. 해외에서는 시행사가 20~30%의 지분을 테우 사업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편이죠. Q:좌초된 PF 사업장의 운명은 어떻게 되나요.
A: 사업성에 따라 다릅니다. 사업성이 아주 좋은 곳은 시공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돈을 갚고 사업의 주도권을 갖고 갈 겁니다. 건물을 짓고 분양하면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시공사가 그럴 능력이 안되거나 사업성이 조금 떨어지는 곳은 경매를 진행할 겁니다. 다른 시행사나 건설사 입장에서 사업성이 괜찮은 곳이라면 사업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땅의 가치보다 훨씬 싼 가격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사 가운데 현금이 많은 곳은 이런 사업 기회를 엿보기도 합니다. 반면 사업성이 낮은 곳은 경매가 진행돼도 새 땅주인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