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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인가 의도였나‥GTX-C 노선 뒤바뀐 이유

  • 입력 2023-05-15 15:21
  • 장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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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창동역~도봉산 구간 지하화 논란이 일단락됐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4000억원 이상의 돈을 들여 지하로 뚫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지하로 출발했다 지상으로 바뀐 뒤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지하로 확정이 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사업 기간이 지체되고 정부의 신뢰만 하락했습니다. 정부가 애초 주민들에게 했던 약속대로 했다면 순탄하게 진행됐을 공사가 왜 이렇게 꼬였던 것일까요. 언더스탠딩이 되짚어 봤습니다.

●창동역~도봉산 지하화 논란은

GTX-C 노선은 경기 북부 덕정역에서 수원역까지 약 78km를 잇는 총사업비 4조4000억원짜리 대형 사업입니다. 민간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BTO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GTX 같은 민자사업은 '기본계획→예비타당성 조사→시설사업기본계획(RFP)→실시협약' 순서로 진행됩니다. RFP 단계에서 개괄적 노선과 역 위치를 고시하고 경쟁입찰을 받은 뒤 사업자를 선정합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현재 실시협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GTX-C 노선은 기본계획이나 예타 단계에서는 정부종합청사역에서 도봉산역 구간까지 지하로 계획이 됐습니다. 도심을 관통하니 돈이 들더라도 지하로 파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그런데 2020년12월 RFP 단계에서 창동역과 도봉산역 구간이 갑자기 지상구간으로 바뀐 채 고시가 됐습니다. 결국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정부과천청사역부터 창동역까지만 지하로 건설하고, 창동부터 덕정까지는 지상구간 즉 경원선을 같이 쓰는 방식으로 설계를 해서 2021년 6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됐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당연히 도봉구민들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고속으로 다니는 열차가 지상으로 다니면 소음과 분진, 지역의 분절이 불가피해지니까요. 민원이 빗발치니 감사원은 이듬해인 2022년 4월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4조원짜리 사업도 주먹구구

감사원의 감사 결과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4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한것 처럼 보입니다. 원래 C노선의 서울 도봉산역 구간은 애초에 지하구간으로 계획해, 재해·환경영향평가를 했고 주민 설명회나 국토부 홈페이지도 그렇게 공개를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RFP 단계에서도 그대로 지하로 고시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2020년 12월 RFP 고시를 할 때는 창동역~도봉산 구간은 지하에서 제외하고 고시를 했습니다. 감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이 됐습니다.

RFP 초안에는 수원~정부청사역은 경부선과 과천선을 같이 쓰고, 도봉산역~덕정역은 경원선을 공용하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창동~도봉산 구간은 기본계획 때 같은 지하노선입니다. 국토부가 RFP 초안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검토 의뢰를 보내자 PIMAC에서는 "지하 사업 전용구간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헷갈리지 않는다"라고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도봉산은 GTX가 정차하는 역이 아니니 전용구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자 국토부는 GTX가 정차하는 창동역을 기준으로 전용구간(지하로 뚫는 구간)을 기재하면 명확해질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는 겁니다. 즉 전용구간(즉 사업자가 관리 운용을 하는 구간)은 정부청사 역부터 창동역 구간이라는 내용으로 RFP를 수정 변경을 한 겁니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창동역으로 전용구간을 설정하면 창동역까지는 지하로 연결한 뒤 지상으로 서서히 올라와야 하니 도봉산역 근처에서 경원선과 만나는 노선을 설계해 올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는 겁니다.

RFP 고시 뒤에도 국토부가 의지만 있었다면 수정할 기회는 있었습니다. 기본계획이나 예타 때만 해도 지하구간으로 지정됐던 창동~도봉산역 구간이 지하구간으로 지정되니 않았으니 사업자(3개 업체가 입찰에 신청합니다)들도 좀 이상하다고 느꼈고, 2021년 1월에 지하 구간의 사업 범위가 정확히 어디냐라고 질의를 합니다. 국토부가 이때 정부청사 역에서 도봉산역까지는 지하로 건설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답변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청사부터 창동역까지는 신설 구간(즉 지하구간이고), 창동역을 지나 도봉산역 중 임의의 지점까지 신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답을 했습니다. 번역을 하자면 창동역까지는 반드시 지하로 파고, 도봉산역까지 알아서 해도 된다는 식의 답을 한 것입니다. 도봉산 구간까지 지하화를 사업자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준 겁니다.

●평가 위원들도 계획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는데‥

RFP를 저렇게 바꾸면 입찰 참가 건설사들은 당연히 국토부가 창동~도봉산역 구간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바꾸려 한다고 이해를 했습니다. 사업 신청서를 평가한 평가 위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자사업이 특성이 그렇게 때문입니다. 민자사업은 건설 능력과 자금력을 심사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합니다. 기술이야 고만고만할 겁니다. 결국 자금력, 즉 국고지원을 가장 적게 받느냐고 판가름 납니다. 돈이 많이 드는 지하는 최소화하도록 설계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RFP 문구로 보면 정부청사역에서 창동역 구간만 지하로 파면 됐고, 결과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3곳 모두 창동~도봉산 구간을 지상으로 설계했습니다. 심지어 창동역마저 지하가 아닌 1호선 창동역과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감사원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 실무자들은 사업(신설) 구간을 정부과천청사역∼창동역으로 결정하였고, 그렇게 하더라도 기본계획과 같이 도봉산역 인근(도봉산 구간)까지 지하로 신설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문구를 수정했는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사업 구간이 축소·제안된 사실을 알고서 “큰일 났다”, “추후 문제가 되겠구나”라고 뒤늦게 인식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4조원이 넘는 사업이 실무자 몇 명의 실수에 의해 지하구간이 지상으로 뒤바뀌었고, 이런 실수를 걸러낼 시스템도 없는 후진 나라라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국토부 실무선에서는 RFP 문구를 저렇게 바꾸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말 몰랐을까요. 담당 공무원은 보직을 자주 변경하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형 사업은 PIMAC과 교통연구원에서 자문을 받는데 이곳에는 전문가가 즐비합니다. 이들마저 허술하게 검증을 해 문제가 있는 RFP 문구가 그대로 고시가 됐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입니다만, 현장에서는 다른 해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최대한 국고를 아끼려 지하 구간을 최소화하고 지상구간(경원선 활용구간)을 최대화하려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입장을 뒤바꾼 게 아닌가라는 겁니다. (물론 이런 해석은 국토부 윗선에서 결정을 하자 실무자들이 RFP를 바꿨다가 입장이 바뀌자 감사원 징계라는 덤터기를 자진해서 감당한다는 논리로 이어지는데, 요즘 같은 시대 실무자들이 자신들의 실수도 아닌데 덤터기를 쓰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왜 문구를 바꿨는지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총사업비는 그대로 두고 창동~도봉산역 지하화도 요구했으면 1) 사업성이 안 나와 입찰 참가자가 없었거나 2) 실시협약 전 문제가 불거져 결국 정부의 세금이 더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실제 정부는 GTX-C 노선의 총사업비를 4조4000억원 정도로 예상했는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4조10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하겠다고 제안해 선정이 됐습니다. 정부 생각보다 사업비 기준으로 3000억원 정도를 아낀 것이죠. 특히 GTX같은 민자사업은 사업비의 절반은 정부의 보조금이 드는데, 현대건설은 애초 계획보다 정부 보조금을 7000억원 낮게 책정했습니다. 정부로서는 국고 지원 부담을 꽤 줄인 겁니다. 국토부는 결국 이번에 4000억원을 투입해 지하로 바꿔도, 애초 예상했던 총사업비(4조4000억원) 이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감사원이 감사를 착수해서 국토부 선정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낸 뒤, 곧바로 KDI에서 민자적격 심사를 다시 했습니다. 이때 지상안과 지하안 모두 적격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정부가 창동~도봉산 구간을 다시 지하로 돌리는 것에 대한 논리적 명분을 만들어 준 겁니다. 결국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큰 결심을 하는 모양새로 지하화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된 겁니다.

● 남은 것은 은마아파트

C 노선 가운데 문제가 되는 곳은 이제 은마아파트 지하 관통 구간만 남았습니다. 은마 주민들은 지하 관통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고, 국토부는 은마의 이기주의라며 밀어붙이겠다는 게 지금까지의 입장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제안한 대안 노선(탄천 우회안)은 검토할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 10일 도봉 주민을 만난 자리에서 "그들이(은마 주민) 노선을 그냥 돌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고속철도라는 게 경사와 굴곡, 정류장이 들어가는 부분의 가속과 감속 등을 모두 감안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그런 내용을 깊이 있게 보지 않고 밖에서 보고 도면으로 그리는 식으로 제기한 것을 가지고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원 장관은 이어 "최종적으로는 현대건설이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을 못할 이유는 없지만 주민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응답할 여지는 없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은마아파트 관통 안을 고집할 수 있을까요. 현대건설은 은마아파트 주민 때문에 GTX 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고민이 깊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처럼 은마아파트 밑으로 관통하는 방안을 고수하면 주민들의 반발은 불가피합니다. 현재 현대와 주민들이 물밑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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