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1 (토)

대형마트는 절대 혼자 죽지 않는다

  • 입력 2024-08-01 15:10
  • 장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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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반발이 컸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쿠팡이나 알리, 테무같은 이커머스에 밀려서 대형마트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어서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 골목상권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다는 연구가 나와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대형마트는 혼자 죽지 않는다

해당 논문은 대형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허성윤·진현정 2024)입니다. 한국은행 경제 연구원 논문집에 수록이 됐습니다. 2020년 롯데마트 구로점과 도봉점이 문을 닫았는데요. 이들 점포가 폐점하면서 반경 2킬로미터의 주변 상권 매출액이 5~5.3%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주변 상권의 분기 평균 매출액이 178억원 수준이었으니까 약 9억원의 매출이 줄어든 셈입니다.

이는 기존 연구와는 좀 다른 결론이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형마트는 1993년 첫 등장했습니다. 이후 20여 년간 소위 대형마트 3사라고 불리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가 몸집을 키웠습니다. 정부는 대형마트의 양적 팽창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며, 유통산업 발전법을 만들어서 영업시간을 규제했는데요. 핵심은 대형마트가 입점할 수 있는 입지를 제한하고 영업시간과 매월 이틀 이상 의무휴업을 하는 게 핵심입니다.

대형마트가 급증하던 시절에 주로 대형마트의 진입이 기존 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가 많았습니다. 대형 할인마트 1개가 진입하면 소규모 슈퍼마켓, 식료품 소매업체 그리고 전체 소매업체가 각각 22개, 20개, 83개 문을 닫는다는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또 대형 유통 업체 수가 1개 증가할수록 해당 지역의 영세 소매업체가 폐업 확률이 0.7% 증가한다는 논문도 있는데요. 결국 대형마트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지지하는 결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형마트의 위치가 요즘 흔들리고 있잖아요. 2021년 코로나 이후 백화점과 편의점에 이어 3위로 밀려났고요. 특히 온라인 쇼핑몰이 커나가면서 대형마트 중심의 유통 체계가 약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형마트의 폐점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라, 연구가 충분하지는 않은데요. 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논문은 거의 첫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마트 폐점해도 전통시장 영향 없어

이 논문은 이중 차분법이란 분석 기법을 썼습니다. 정책 효과를 분석하는데 주로 쓰는 방법인데요. 폐점한 마트 주변 상권과 특성이 비슷한데, 폐점이라는 이벤트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비교해 보면 마트 폐점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2020년 11월과 12월 폐점한 롯데마트 도봉점과 구로점과 근처의 유동인구나 매출액이 비슷한 롯데마트 주변 상권 4곳과 비교해 봤습니다. 분석단위는 '상권'인데요. 주변 상권의 범위를 2킬로미터 이내로 정의했습니다. 사람이 걷는 속도를 평균 3~4킬로라고 생각하고 도보 30분 내외라고 본 것이죠.

상권의 종류는 크게 골목상권, 발달 상권, 전통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골목상권은 대로변이 아닌 거주지 안의 좁은 도로를 따라 형성되는 가게.

2) 발달 상권은 소위 번화가로 지칭되는 상가 밀집 지역.

3) 전통시장은 오랜 기간 걸쳐 일정한 지역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상설 혹은 정기시장.

대형마트의 폐점이 세 가지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겁니다.

상권별로 구분해 보면 대형마트의 폐점은 골목상권 전체 매출액의 7.5%, 주중 매출액의 7,1% 주말 매출액의 9%를 감소시키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대형마트가 폐점했는데도 발달 상권과 전통시장은 유의미한 매출 상승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각각 독립적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발달 상권의 경우 주로 번화가라고 불리는 상권으로 소매점 이외에도 다양한 상가의 밀접도가 높다는 점에서 대형마트와 분리된 소비층 존재한다는 얘기입니다. 상권 유형 가운데서는 골목상권에 피해가 집중됐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대형마트의 폐점은 주변 상권의 매출액과 매출 건수 모두 감소시켰습니다. 매출액을 매출건수로 나눠 건당 매출액을 살펴보면 객단가를 파악할 수 있는데, 객단가가 유의미하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 수가 양적으로 줄었다고 판단이 가능한 것이죠.

소비자 수가 줄었다는 것은 유동인구 변화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유동인구는 도시의 상권의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요. 대형마트의 폐점 이후 기존 소비자들 가운데 일부가 더 이상 주변 상권으로 통행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구로점과 도봉점은 2005년과 2002년 개장해서 20년간 운영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지속적인 진입과 퇴출의 시장 선택을 통해 주변 상권 업종이 대형마트와 보완성이 높고 대체성이 낮은 형태로 재편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상권이 변했으니 대형마트가 문 닫으면 주변 상권의 매출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대형마트의 입점과 폐점이 분석 대상 지역이나 업종 구성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폐점이 주변 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대형 유통시설 입점 필요성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수년간 우리나라 오프라인 유통을 이끌었던 대형마트는 지위를 잃어버릴 처지에 몰렸습니다.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사업 다각화라는 경영전략 속에서 폐점 점포는 증가하고 있는데요. 대형마트의 폐점은 주변 상권의 동반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입지는 대도시와 도심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영업한 곳이 대다수이니까요. 마트가 폐점했을 때 비슷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 대형마트 규제 달라져야 할 시점

2019년 들어서는 대형마트들조차 신규 출점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고 규제의 명분이 골목상권 보호였는데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규제 시행 후에 가장 이득을 본 것은 편의점이나 온라인쇼핑 업체들인데요.

유통시장의 구조가 이미 많이 바뀐 만큼 규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하도록 규정한 규제를 풀고 있습니다. 서초구가 대표적 사례인데요.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을 1시간으로 대폭 줄였습니다. 서초구 내 대형마트는 그동안 매일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8시간 동안 문을 닫아야 했는데요. 이제 오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만 영업을 중단하면 됩니다. 서초구 내 이마트 등 4개 대형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규모 소매점포 33곳이 야간과 새벽 영업을 강화하고 나섰고, 새벽 배송을 포함한 온라인 영업에도 뛰어들 태세입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현재 전국 76개 기초 자치단체가 대형 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기존 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했거나 변경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여전히 강합니다. 그나마 이 정도 규제가 있어서 골목상권이 고사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대형마트는 지역사회의 부를 끌어모아 본사로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황폐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마트 규제가 효과가 크지 않긴 해도, 전통시장 역시 위축되고 있는 시기라서 그냥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긴 한데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바꿔야 할 시기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업시간이 아니라 취급 품목이라던가 포장 단위를 규제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라면은 최소단위를 100개씩 파는 겁니다. 이러면 소량 구매를 하려는 사람들은 접근성이 편리한 주변 편의점과 근처의 동네 마트로 가게 되겠죠. 반대로 싼 가격에 대량 구매를 하는 경우만 대형마트를 가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 코스트코처럼 아예 소상공인 대상의 도매상 역할을 할 수도 있고요.

일부에서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형 마트와 공존과 경쟁을 지향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장순원 언더스탠딩 기자 changsw5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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